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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슬픈 어린 시절을 보낸 제제에게 보내는 추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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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니 정확히는 2개월만에 다시 읽은 책이다. 어릴 적 가장 좋아하는 책을 말하라고 하면 서슴없이 1순위로 꼽던 책이 바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이다. 초등학교 어릴 때 읽었을 때는 뽀르뚜까의 사랑이 가장 먼저 보였던 책이었지만, 두 번째나 그리고 이번 세 번째 읽었을 때는 제제를 둘러싼 그 불행한 가정사가 먼저 눈에 들어 왔던 책이다. 

이번에도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분노였다. 왜 그렇게 사람들은 제제를 때리지 못해 안달났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제제 또한 가족들을 설명할 때, 자신을 얼마나 자주 그리고 쌔게 때리는 걸로 설명하게 만드는 상황이 화가 났다. 그리고 뽀르뚜까의 죽음 이후, 제제가 실음하고 있을 때 그를 찾아온 선생님이나 노래를 파는 아리오발도씨를 보면서 눈물이 고였다. 

[무너무너해도 가장 슬펐던 때는 아리오발도씨가 찾아왔을 때였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고는 잠자는 척하고 있었다.
"저 애가 깰 때까지 밖에서 좀 기다려 주시겠는데요?"
그는 대문 앞에서 글로리아 누나에게 간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가씨, 난 그 꼼를 만나기 위해 온 동네를 찾아다니고 물어 보고 다녔어요."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의 착한 천사가 결코 죽어선 안 돼요. 절대로 죽ㄱ 내버려 둬선 안 됩니다."
글로리아 누나는 거의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슬픔에 빠져 있었다. 
"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만약 제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몸은 망할 놈의 시골에서 절대 올라오지 않겠소."]

제제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계속 자기를 작은 악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를 아기천사라고 부른다. 제제는 충분히 사랑 받아 왔지만 충분히 고통 받아 왔다. 가족들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오히려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받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뽀르뚜까가 아닌가한다. 

뿌르뚜까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사정이 나아진다. 그리고 아버지가 제제를 안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제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의 무릎에 빠져 나와 무엌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계단에 앉아 불이 꺼진 뒤뜰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내 가슴 속에는 분노가 일어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뭐 때문에 날 무릎에 앉혔을까? 저사람은 내 아빠가 아냐. 내 아빠가 아냐. 내 아빤 돌아겼어. 망가라치바가 그를 죽였어.' ]

이 글을 읽는 순간 제제의 아픔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제제는 정말 뽀르뚜까에게 말했던 것처럼 아빠를 마음속으로 죽였던 것이다.

[ "걱정하지 마세요. 전 그를 죽여 버릴 거예요."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네 아빠를 죽이겠단 말이냐?"
"그래요. 전 벌써 시작했단 말이에요. 말로만 죽이겠다고 그러는 게 아녜요. 또, 빅 존스의 권총을 빌려 빵 하고 쏘는 것만이 죽이는 건 아녜요. 제 마음 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결국 언젠가는 죽게 되는 거잖아요."]

어쩌면 이런 마음 속으로 죽이기는 제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 아니었을까...
이 책으로 독서 토론을 진행했는데, 참가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제가 마지막에 너무 억지로 어른이 되는게 슬펐다고 말이다. 그 말에 동감이 되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제제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나에게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불쌍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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