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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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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다. 오늘 막 다 읽은 따끈따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대학교 때였다. 박민규라는 이름이 조금씩 들리고 재미있다고 알려진 책 중의 한 권이 바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었다. 


그러나 촌스러운 이름과 이상한 추억팔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책 읽기를 포기한 소설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이 책은 색다른 충격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이유는 바로 '프로'와 '인생'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어릴 때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그러나 야구를 갑자기 싫어하게 되었다. 왜 일까? 바로 자기 지역의 구단인 삼미 때문이었다. 사실 싫어 한다기 보다는 너무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고, 그 팀이 해체하자 야구에 대한 애정이 팀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고 하는게 맞다. 하지만 소설은 야구로 시작해서 인생으로 끝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만약 이 책으로 독서 토론을 하게 되면 많은 이야기도 필요 없이 3가지를 묻고 싶다. 


첫 째, 프로란 무엇인가 

둘 째, 투 스트라이크 스리볼일 때의 상황과 마지막 볼의 결과 

셋 째, 평범한 인생이란


소설의 첫 마디는 프로 야구가 생기기 시작하는 1982년에 시작한다.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한 프로야구, 그리고 삼미슈퍼스타즈. 화자의 멘트가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 작성한 것 같은 정신 사나운 서술 방식에 초반 1부까지는 읽기 힘들기도 하다. 주구장창 야구 이야기만 나오기에 야구에 그리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은 스르륵 넘겨버려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2부 부터 시작하는 인생이야기 사는 이야기의 모든 비유가 바로 1부 삼미 야구에서 비롯된다.


어쩌면 이 소설은 삼미 야구를 무척 닮아 있는 걸지도 모른다. 기나긴 지루함과의 승부, 평범하기 위해 죽을 둥 살둥 열심히 살아야 하는 우리들, 그리고 그런 우리를 프로로 만들기 위한 사회의 고도의 움직임...


어렵게 읽으려면 한없이 어렵게 읽을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난 단지 이 말만 전하고 싶다. 


"처음 널 봤을 때...... 내 ㄴ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

"어땠는데?"

"9회 말 투 아웃에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상황을 맞이한 타자 같았어."

"뭐가?" "너 4년 내내 그렇게 살았지? 내 느낌이 맞다면 아마도 그랬을 거야. 그리고 조금 전 들어온 공, 그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했겠지? 삼징이다, 끝이다,라고!"

"......"

"바보야, 그건 볼이었어!"

"볼?"

"투 스트라이크 포 볼! 그러니 질루해!"

"진루라니?" 


이 상황은 IMF를 맞은 화자가 명예퇴직을 당하고 낙담하고 있을 때, 화자의 친구가 한 말이다. 어찌보면 연금술사의 나오는 장면 같은 느낌도 든다. "세상은 도둑을 맞은 사람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모험가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어요." 산티아고가 이집트로 넘어가 여러 물건에 정신이 팔렸을 때, 전 재산을 도둑맞고 든 생각이었다. 화자 역시 4년간 악바리처럼 살아오다가 맞은 명예퇴직이 패배, 몰락, 삶의 끝으로 받아들이는 삼진 같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는 그 볼이 삼진이 아니라 인생이 화자에게 준 포 볼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인생이라는 야구에서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판단내리는 건 결국 타자 겸 심판인 바로 자신이다. 아무리 스트라이크 같이 들어오는 공이라도 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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