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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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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나는 대구로 돌아갈 준비를 했었고,
2014년을 다시 한 번 취준생 생활을 위해
마음을 벼루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갔던 독서모임도 더이상
못 갈거라 생각하고 회장에게도
말을 전하였었다.

2012년 12월 24일.
갑작스런 면접이 잡혔고,
면접이 갔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며칠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갑자기 나오게 되었고
분위기에 휩싸여 급하게 대구로 내려갔다.

그렇게 지난 일주일 동안
내 삶은 평사시의 몇 개월을 압축해 놓은 듯
급류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주 토요일 참석한 독서모임에
참석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전히 많은 말을
내밷았고,
책이 정해졌다.

그 책이 바로 필경사 바틀비이다.
바틀비는 그 전에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책이다. 언제나 입에 버릇처럼 하는 말인
'I would prefer not to"
나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라는 것이 휩쓸려가기만 한 내 지난 일주일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나는 깊게 이 책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의 행동이 신기했고, 독특했고, 이상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내가 화자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바틀비라는 캐릭터가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분명히 말해둘 것은
그 재미있는 선은 나의 부하직원이 아니라는 과정에서다.
나는 어쩌면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라고도 생각이 든다.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하나의 도전.

자세히는 모르지만
바둑에서 정석이 아닌 수를 두고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가늠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허먼 멜빌이 자기의 암울한 시절을 회상하며
사회에 던지는 변수.
그것이 바틀비는 아닐까?

정말 내용은 별것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정말 별것 있는 것 같은
내용들이었다.
만일 이와 같은 경우가 정말 내 부하직원에게 생기면
과연 바틀비를 좋게 해석했던 사람들은 화자와 같이 행동했을까?

나는 오히려 화자의 행동에서 가식이 보였고,
그로 인해 위안을 받는 현대인의 회피적 경향을 본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오히려 화자가 가장 일반적인 사람이고, 그의 부하직원들은 모두
nomal을 벗어난 별난 사람이 아닐까?
아침에는 온화하고 정오부터 거만해지는 터키.
오전에는 통제불능이다 정오부터 괜찮아지는 니퍼즈.
그리고 진저넛..

그래 이제 보면 진저넛은 조금 보통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아이 역시. 어쩌면 단순히 잊혀지는
또하나의 변수가 아닐까?

바틀비.
더럽게 간단하면서도
더럽게 어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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