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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_ 박웅현, 강장래 지음; 창의력에 대한 철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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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저자
박웅현, 강창래 지음
출판사
알마 | 2009-08-2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책은 단순히 광고에 대해 서술한 책이 아니다. 창의성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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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그 안에 푹 빠져들어가 이야기 속 주인공과 내가 동일한 인물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읽고는 한다. 꼭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의 일대기를 보듯이 하나하나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의 주변과 일상 그리고 역경까지 함께 겪고나면 나 역시 주인공 처럼 한 단계 더 성장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은 인문학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는 더더욱 아니다. 나에게 이 책은 하나의 위인전이다. 박웅현이라는 사람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걸어들어가는 책.  


2009년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오고 나서 많은 인문학 붐이 일어났던 걸로 기억한다. 더욱이 광고홍보학과였던 나는 더더욱 이런 책에 매료되고 빠져들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남들이 읽던 책을 나도 따라 읽는다는 기분이 싫어서 굳이 찾지도 않지만 자꾸만 눈에 밟히던 책이 바로 이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이다. 





이 책 속의 내용들은  이미 기사에서 잡지에서 뉴스에서 그리고 같이 광고를 공부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들었던 내용이다. 그러나 진짜 모나리자를 보기 전까지 모나리자의 아름다움을 논할 수 없는 것 처럼 실제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이 책에 대해서, 인문학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만들었던 광고 역시 제대로 논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책 내용을 살펴 보면, 그는 스스로에게 창의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맥락을 잘 읽는다라고 말하고 논리적으로 잘 풀어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맥락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주변에 일상적인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술과 생활이 다르지 않다. 현실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현실이다. 캠벨 수프를 수프로 먹으면 현시이고 캠벨 수프를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두면 예술이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앤디 워홀이라는 겁니다. "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 캔) 



책의 내용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가 만든 광고들이었다. 

특히 재수생이 등장하는 수능 광고는 아련한 느낌까지 전해진다.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하루 열다섯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서른일곱 권의 문제집을 풀었고, 스무 권의 연습장을 다 썼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떠어졌습니다. 

상자에 넣어둔 책을 다시 책장에 꽂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촛불

믿지 못할 일이었다. 

월드컵 16강

거리는 기쁨에 넘쳤다. 

같은 시각

 또 하나의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두 명의 여중생이 죽었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서 

친구의 생일잔치에 가던 길이었다. 

언론은 크게 다루지 않았다. 

미군은 책임이 없다는 발표를 했고

정부는 침묵했다. 

두 명의 소녀가 죽었는데

 세상은 조용하기만 했다. 

한 네티즌이 잇었다. 

죽은 이의 영혼은 반딧불이 된다고 합니다. 

촛불을 준비해주십시오.

저 혼자라도 시작하겠습니다. 

작은 제안이었다. 

한 개의 촛불이었다. 

그것으로 무엇을 밝힐 수 있을까? 

상대는 미국의 군대였고 

모든 이의 시선은 월드컵을 향해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촛불이 롬겨 붙었다. 

그해 한국은 월드컵 4강에 진입했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해 한 개의 촛불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책에서는 사고와 창의력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제는 흔한 예시가 되었는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 부터 시작해서 콜럼버스의 달캴 그리고 팩맨 세 개를 가지고 보여주는 샐재하지 않지만 누구나 보이는 카니자 삼각형까지. 


그가 말하는 창의력을 기르는 법은 간단하다. 그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헬렌켈러의 예를 들어 말하고 있다. 


얼마 전,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마침 숲속을 오랫동안 산책하고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 별거 없어." 내가 그런 대답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눈이 멀쩡한 사람들도 실제로 보는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한 시간 동안이나 숲 속을 거닐면서도 눈에 띄는 것을 하나도 보지 못할 수가 있을가요? 나는 앞을 볼 수 없기에 다만 촉감만으로 흥미로운 일들을 수백 가지나 찾아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오묘하게 균형을 이룬 나뭇잎의 생김새를 손끄트올 느끼고 은빛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껍질과 소나무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껍질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집니다. 봄이 오면 자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첫 신호인 어린 새순을 찾아 나뭇가지를 살며시


.... 중략.....


때로 내 마음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해집니다. 그저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눈으로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런데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거의 보지 못하더군요. 세상을 가득 채운 색체와 율동의 파노라마를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만 갈망하는 그런 존재가 아마 인간일겁니다. 이 빛의 세계에서 시각이란 선물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건 너무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만약 대학 총장이라면 '눈을 사용하는 법' 이란 강의를 필수과정으로 개설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 것들을 진정으로 볼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즐거울지를 알게 해주는 강의가 되겠지요. 말하자면 나태하게 잠들어 있는 기능을 일깨우는 겁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박에스더·이창식, 산해, 1993/2007,22~23쪽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것 같은가? 그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욱 열정적으로 열심히 그리고 잘 하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보고, 느끼고 만지고 하는 일들 모두 창의성의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끝으로 한가지를 더 덧붙인다면, 위험을 무릅쓰라는 것이다. 


207쪽을 보면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뭔가를 도전하고 그것이 주는 위험을 맛서지 않으면 창의성은 없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새로운 것이다. 새롭다는 것은 기존의 행해진 바가 없다는 뜻이고, 즉 가이드 라인이 없이 혼자서 지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 말고도 하나의 방법론적인 것을 책에서는 제시한다. 바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방법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기가 찬 프로그램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 위해 완성품을 해체해서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렇게 리버스 엔지니어링에서 우리는 분석하는 법을 배운다.  


열심히 살고, 가끔 위험을 무릅쓰지만, 그것에서 우리는 분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5살짜리가 그린 그림이나 피카소가 그린 그림이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피카소는 기존의 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것을 분석하고 다시 프레임을 새롭게 짜맞췄다는 것에서 더욱 칭송받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리버스 엔지니어링 이 아닐까 한다.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결정한 일은 더 이상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이 말은 책의 뒷 부분에 나오는 박웅현이 메모해 놓은 레토릭 가운데 한 구절이라고 한다.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해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것에서 창의성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 e편한세상의 극장 광고를 보면서 독후감을 줄이려고 한다. 

모두 긴 글 읽어 주신다고 수고 많았습니다. 




불리한 전쟁을 시작합니다. 

적이 우리보다 수만 배쯤 

강하다고 생각합시다. 

우리에겐 식량도 

무기도 부족하고 여론도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시다.

가장 용맹한 백곰마저 

얼음 조각 위에서 죽어갔으며

돌고래의 함대는 

해변에서

전멸을 당했다는

불리한 전황들을 직면합시다.

거실에도 자동차에도

버젓이 들어와 번지고 있고

서서히 지구의 온도를 높여가는

적들과 싸워나갑시다.

그들의 야유와 멸시에도 

굴하지 않고

새까만 씨앗들이

겨울을 견디어내듯

조금씩 이겨나갑시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전쟁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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