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0 - [학교/책] - 김애란의 비행운 - 1 '물 속의 골리앗'
김애란의 비행운이라는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소설은
당연 '서른'이라는 작품이다.
'서른'은 '슬픈 베르테르의 슬픔' 과 같이 편지형태로 이루어진 글이다.
그러나 결코 유쾌하지 않는 오히려 따끔거릴 정도로 매서운 글이다.
그렇다고 글 자체가 날카롭거나 그러지는 않다. 다만,
그 속에 담겨 있는 현실이 결코 따뜻하지는 않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옛날 같은 고시원에 있는
동생의 편지로만 알았다.
그래서일까, 서울에 갓 올라와 살던 고시원의 생활이 떠오르면서
옅은 미소가 번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따뜻한 그리움은 곧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예열과도 같은 배경일 뿐이었다.
몇 번의 알바와 몇 번의 이사, 그리고 몇 명의 남자친구를 사귀었던
이 평범한 편지의 주인공은 어느 날 예전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빠지게 되는 다단계의 폐해를 주인공은 아주 처절히 느끼게 된다.
우리는 다단계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그러나 이것은 생각하고 생각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에서 주인공은 갈수록 인간이 아니게 되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편지의 마지막에 자기 때문에 또다시 다단계에 빠지게 되는 제자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고민을 한다. 식물인간이 된 그 아이에게 가봐야 하는지
그리고 가게 된다면 아마 다시 편지를 쓸것 같다라고 하며 이야기를 끝마친다.
우리는 주인공이 식물인간이 된 그 아이에게 병문안을 갔을지
가지않았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다만, 책의 뒷표지에 적힌
몇 마디만의 아련하게 서른이라는 단편소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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