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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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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엿듣는 중이다 2014.5.14 [365일 작가연습]주제: 남의 말을 엿듣는 중이다 독서실 칸막이 너머로 소곤거리는 소리가 넘어온다. 또 저 커플이다. 저 커플들만 오면 조용하던 독서실이 웅성거린다. 며칠 전에는 용기를 내어서 작은 쪽지를 적어 소곤거리는 남자에게 전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요 며칠은 어느 정도 조용했으나 다시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니 쪽지도 별 효과가 없었나 보다. 책을 읽어도 글은 읽히지 않고 어느새 칸막이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순간 짜증이 뻗쳐 올라 책을 덮고 독서실 밖으로 나왔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쉬면서 뻗어오는 열분을 삭히고 있는데 갑자기 옥상으로 올라오는 문이 열린다. 이 곳은 올라오는 길이 복잡해 나말고는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곳이라 누군지 궁금해졌다..
나는 달밤에 태어났다 2014.5.13 [365일작가연습]주제: 나는 달밤에 태어났다 우리 형은 뱀띠다. 그래서 뱀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에 태어났다고 한다. 그게 몇시냐고 물었더니 밤 8시쯤이라고 말했다. 그럼 나는 몇시에 태어났는지 엄마께 물었다. 3시에서 4시쯤에 태어났다고 한다. 3~4시쯤이면 토끼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TV를 찾아보아도,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토끼와 내가 태어난 시간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사실 태어난 시간이랑 사람의 띠가 무슨 연관이 있게나마는 어릴 때는, 그런 것 하나 하나에도 의미를 붙이려고 노력했었다. 결국 다 같은 달밤에 태어난 것인데 말이다.
그녀는 멕시코에 숨어 있었다 2014.5.12 [365일작가연습]주제: 그녀는 멕시코에 숨어 있었다 태양이 정수리와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어딘가로 자꾸만 숨게 된다. 온전히 드러내고 만나기가 두려워져자꾸만 내가 아닌 나로 감추게 된다. 나 또한 그랬고, 너 또한 그랬다. 서로가 아닌 서로를 만나는 기분 내가 아닌 나와 네가 아닌 너는 진실이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길을 가다 예상치 못한 너를 만난다는 것은 살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다섯 걸음 앞에서 천천히 주위 사람들과 다른 속도로걸어가는 널 본 건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이 거리가 불편하고 언짢다.아직 너는 나를 보지 못한 모양인지 너를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다. 나는 내 뒤를 보게 될 너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네가 걷..
당신은 지금 공연장에 있다. 2014-05-11 오늘의주제 : 당신은 지금 공연장에 있다. 일요일 모두가 쉬는 날, 일요일 우리가 일하는 날. 일요일 모두가 웃고 즐길 때, 일요일 우리도 당신들을 위해서 웃고 있어야 합니다.일요일 연인과 즐겁게 데이트를 하기 위해 극장을 가든, 야구장을 가든, 갤러리를 가든 당신이 거니는 거리 곳곳에 우리들이 있고, 우리들은 당신들을 보기 위해 거리를 나옵니다.당신들에게 일요일은 다가올 내일을 위한 아쉬움의 하루지만 우리에겐 지금 당장이 찬란한, 일주일간, 이날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날입니다.일요일. 이날은 우리의 무대이며, 우리의 삶입니다.
갑작스런 적막 토요일의 주제!!2014.5.10 [365일작가연습]주제: 갑작스런 적막 시끄러운 오후, 시끄러운 카페, 시끄러운 친구들. 5년만에 해후, 5년만에 속닥거림5년만에 어색해진 얼굴들 '그래, 우리 다음에 언제 또 만날까?'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잠깐의 적막이 흐른 뒤 어떤 친구의 말에 의해어느새, 동문회장이 되어 있는 나.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인 금요일의 주제!!2014.5.9 [365일작가연습]주제: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가장 최초로 본 녹색 눈동자의 그녀는 TV 속 M이다. 당시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바뀌면서, '넌 아직도 내가 00로 보이니' 라고 하는 말에 이불 속에 숨어서 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새기 일쑤였다. 검은 색이 초록색으로 바뀌는 순간 집기들이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무서워하는 기억들만 떠오른다. 그 초록눈이 지금 나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알 수 없는 초록색이 뜨면 나는 신경질 부리고 짜증내고, 괜히 도망치려고 발버둥 친다.
무엇이 당신을 웃게 만드는가_어버이날 주제 어버이날의 주제2014.5.8 [365일 작가연습]주제: 무엇이 당신을 웃게 만드는가 삼촌! 작은 아기의 말에 어느덧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직 세 살, 뭐 하나 혼자서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다면 없을 수도 있다고 이해가 되는 나이. 세상을 알기에는 아직 어린나이그런 아기에 입에서 방금 '삼촌'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집에는 아기를 한 명 키운다. 엄마는 없다. 잠시 동안 우리집에서 키우는 조카이다. 가끔씩 우리 엄마 보고 '엄마'라고 불러서 무안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우리집에서 분위기메이커를 톡톡히 하고 있다. 엄마는 무릎이 아프면서도 아이가 울면 엎어주면서 같은 자리를 두 세바퀴 도신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내가 대신 엎는다고해도애써 애 운다고 말리신다. 조카를 볼때마다, 엄마가 어떻게 우리를 ..
2014.5.7 [365일작가연습]_ 피어나는 꽃 2014.5.7 [365일작가연습] 주제: 피어나는 꽃 먼지 가득한 사무실에서 칼칼한 목을 달래기 위해 책상 한쪽 구석에 있는 목캔디를 뜯어서 입에 넣는다. 모과향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목 구멍 속을 감싼다. 지난 연휴 대구에 내려가서 가지고 온 것이라곤 지독한 목감기 뿐, 텁텁한 메마름이 목젖에서부터 머리뒷꼴까지 뻗쳐서 예민한 카멜레온처럼 신경은 온 종일 목주변에서 맴돈다. 침을 삼낄 때마다 따끔거림이 올라와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 병원을 가야하나 생각도 하지만 감기는 스스로 낫는거라며 위로를 하며 또다시 아픈 침을 삼킨다. 하루 이틀 삼키고 삼키다 보면, 언젠간 낫겠지. 며칠을 피우기 위해 일년을 기다리는 창밖에 흩날리는 꽃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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