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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글쓰기

방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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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3 [365일작가연습]
주제: 방향을 잃었다


내 취미는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거다. 그렇게 제자리에서 실컷 돌게 되면 내 몸음 마치 술을 마신 것 처럼 비틀비틀 거리고 그러다 바닥에 누워 버리면 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 나는 부랑자다. 이렇게나마 세상의 중심이 내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한 마리의 야생동물일지도 모른다. 내 주위에는 마약이나 뽕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내가 두 팔 벌려 돌고 있으면, '미친새끼'라고 욕을 하면서 자기 팔에 히로뽕을 놓는다. 그렇게 온 몸이 시퍼렇게 멍들어 가는 것도 모르고, 눈을 뒤집어 까고서는 가끔씩 히죽히죽 웃는게 다이다. 

나 역시 그들을 '약빤새끼'라고 욕하며 가끔 눈이 뒤집어진 놈들을 패기도 하니,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단지, 그들은 여러명이지만 나는 혼자라는 것 정도? 동물로 따지면 나는 혼자서 다니는 호랑이이고 '약빤새끼'들은.. 늑대라고 할 수 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애들을 늑대라고 불러주는 것은 왠지 자존심 상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나보다도 못한 애들이니까. 내가 인정하는 나보다 못난 놈들이 몇 있긴 한데, 자기 팔에 뽕을 놓는 애들은 그 중에서도 내가 특급으로 꼽는 비겁자들이다. 

어제는 그 무리들의 대장이랑 한 번 실랑이가 있었다. 처음 시작은 사소한 것이었다. 왜 자기네 무리가 있는 곳을 지나가냐는 뭔 답도 없고 , 의미도 없는 그런 뭣도 없는 시비였다. 나는 그래도 주워들은 지식들을 동원하여 이것 저것 따지고 묻기 시작했다. 

" 이 땅이 너네 땅인 증거라도 있어? 헌법을 보나 어디를 보나 공용도로는 누구나 걸어다닐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곳이라고......"

나의 화려한 말빨에 그들은 기가 질렸는지 욕만 몇 번 내밷더니 결국은 패거리를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 두다리를 믿고 그들이 일정 거리이상으로 접근하자 마자 꽁지가 빠지게 뒤로 내달렸다. 그렇게 세계가 아닌 그늘 속에서는 나는 원하지 않는 세상의 중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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