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전 동의 확인서 앱? 일본의 키로쿠앱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눈길이 끌렸다. 바로 일본에서 새롭게 발매된다는 키로쿠 라는 앱이다. 앱만 보면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짐작도 안 갈 거다. 그런데 이 앱의 핵심은 바로 성관계 전 남자와 여자 서로가 동의를 했다는 확인을 하는 앱이라는 거다. 

 

굳이 이런 앱이 나오는 배경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거기다 앱이 개발된 국가가 일본이다. 우리가 흔히 성진국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일본 역시 성에 관련해서는 골치 아픈 일이 많았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해서 나온 앱이 키로쿠라는 앱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 뉴스가 나오면서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도 생긴다. 

 

첫 번째, 이 앱이 과연 법적 분쟁에서 증거로써 쓰여질 수 있을지 여부다. 그냥 재미로 혹은 흥미로 치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제성이나 필요에 의한 공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강압에 의한 동의를 거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키로쿠 앱의 동의 여부 판단은 키로쿠 앱을 내려받은 뒤 주의사항을 읽은 후 위치 정보를 켜고 QR코드를 불러오는 것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 이 과정에서 강압에 의해서 진행될 때를 방지할 수 있는 조항이 아무것도 없다. 

 

물론 이 앱이 개발되는 근거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지킬 수 잇는 아이디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은 앱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런 앱이 나온 배경에는 2019년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가 무죄를 받은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나고야지방재판소에서는 '피해자인 딸이 현저하게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라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과연 아버지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그렇게 저항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을 듯하다. 거기다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하면, 더더욱 판단을 신중히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일본의 '강간죄'는 '부동의성교등죄'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키로쿠 앱은 일본 법률에서 이제 동의 여부를 최우선적으로 보는 변경안 때문에 나온 하나의 재미적 요소의 앱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 키로쿠 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