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는 것과 행복하다는 것은 양립할 수 있을까?
어제 오랜만에 대학교 때 잘 따랐던 형을 만나 술 한잔 걸쳤다.
그 형과 이야기하면 언제나 뭔가 깨인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 형이 나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이 한마디였다.
'네가 좆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거야'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리고 학교 후배를 만나게 되면.
그것도 군대를 가기 바로 전에는 위로를 해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형은 오히려 내가 가진 자존심이라는 것을 버리고, 살아가게 될 것을 이미 예언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그 형도 4학년,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한 몇년간 못보다가
어제 드디어 연락이 닿았고,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형은 무척 피곤한 표정으로 잘 있었냐며 인사를 건내었다.
형의 인사는 조금 매말라 잇었다고 해야 하나? 여튼 예전에 보았던 그런 총기보다는 검은. 블랙홀 같은 느낌을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기를 30분..
예전의 총기보다 더 강력한 블랙홀 같은 사람이 되어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드렁ㅆ다.
총기는 혼자 빛나지만, 블랙홀은 모든 것들 다 수용하는 듯한 느낌.
그 형이 주는 느낌이 딱 그랬다.
그 형과 나누었던 몇가지 말들을 떠올려 보면,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행복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형은 요즘 외롭다고 했다. 아니 예전에도 외로웠고, 앞으로도 외로울 거라 했다.
나는 그럼 행복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때 형의 말이 애매했다. 행복하면 외로움이 없느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솔직히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게 바로 그런 점이다.
우리의 감정을 하나의 상자에 비유를 하고 생각해보면 행복은 가득 찬 상태이고, 외로움은 비어있는 상태가 아닐까한다.
그런데 행복하면서도 외로움이 느겨진다는 것은 그런 관점에서는 하나의 모순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형이 나에게 해준 말이 .
그것이 바로 내가 가진 한계라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이다.
그 말인즉슨, 내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만큼만 세상을 바라보고 규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우리가 감정을 언어로 말하지만, 바로 그 말하는 감정이 정확히 그 감정이라 누가 말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음악이 필요한 것이고, 그림, 예술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예전에 겨울왕국을 이야기하면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2014/01/27 - [영화] - 겨울왕국 - 디즈니
이때 나는 우리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음악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형이랑 주고받은 그
내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표현할 수 없는 언어는.. 곧 내가 만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내가 보는 눈이 좁아지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지못하고, 보더라도 지나가는 그 무수한 세상들이 얼마나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을까?
그 순간 아무 것도 아닌 , 다시 한번 좆도 아닌 나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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