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 메이커를 봤다. 1월 26일 개봉이니까, 개봉일에 바로 봤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나쁘지 않게 잘 봤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던 시대상은 영화 '더 킹'에 나오는 그런 장면들이었다. 암수와 암수, 뒤통수와 뒤통수 이런 통쾌한 스토리의 연계를 좋아하는 편이라 영화의 이름만 듣고 그렇게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주 주말,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킹메이커의 앞부분 내용이 살짝 언급되었다. '아 내가 생각했던 시대상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는 자동적으로 흥미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이미 예약을 한 시점이라 취소하기에도 애매했다. 결국 개봉일, 시간에 맞춰 영화관에 들어갔다.
영화는 크게 두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첫 번째 인물은 김운범이다. 그는 대의를 가지며 실제로 사람들과 맞닿으면서 유세를 하고 악수를 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이다.
또다른 인물은 서창대. 영화의 제목과도 같은 킹메이커이며, 김운범의 보좌관이면서도 직함이 없다. 그는 단지 음지에서 김운범이 승리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고 도와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상대 후보에서는 그를 그.림.자 라고 부른다.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가장 마지막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어릴 때 닭을 키웠는데, 옆집 사는 아저씨가 아침마다 달걀을 훔쳐가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걸 이장한테 말했더니, 글세 그 옆집 아저씨가 이장의 사촌 동생이어서 그냥 묻어 버리는 겁니다. 이럴 때 후보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음 날 아침 달걀을 가지고 그 옆집 아저씨한테 가져가서 이거 드세요 하고 선물을 하겠지. 그럼 염치 있는 분이라면 다시는 안 그러지 않을까?'
'만약, 그 분이 염치도 없는 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허허, 그거 난감하구만, 그럼 자네(서창대)에게 가서 어떻게 할지 물어볼 것 같네.'
'(빙긋이 웃으며) 저는 그리고 후보님이 원하지 않는 해답을 드릴 거구요.'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사 하나하나가 그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면서도, 단순한 흑백논리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 것. 그리고 모든 선택은 결국 자신이 한다는 것을 내비치는 장면이다. 사실 이 하나의 장면이 너무 아찔하고 마음에 들어 이 전에 나왔던 모든 마음에 안 들던 부분도 다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 총평으로 이 영화는 이야기 구성이 조밀조밀한 매력보다는 뭉텅뭉텅 거리는 큼지막한 이야기와 사건 위주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속도감이 빠르고 쉽게 지루해질 것 같으면 빠르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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