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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음식

점심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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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8시에서 늦으면 저녁 9시쯤 된다. 룸메이트 형들은 나보다 더 늦게 온다. 나 역시 예전 직장에서는 그렇게 늦게 왔지만, 최근에 이직한 직장에서는 거의 7시에 칼퇴근한다. 그 점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여유시간을 평일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한층 더 자기 계발에 몰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는 자기 시간에 몰두하기 보다는 밀린 집안일을 먼저 하는게 순서이다. 우선 옷을 갈아입고, 설겆이를 하고, 밥을 앉힌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 그리고 내일 점심에 무엇을 사갈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오늘 결정된 요리는 남아 있는 분홍색 햄과 달걀, 그리고 굴러 다니는 멸치 몇 마리를 이용한 조림으로 결정이 났다. 특별히 레시피를 보지 않고 즉석에서 감이 오는대로 하는 요리라 맛은 보장은 하지 못하지만 내가 먹을것이기에 미안한 마음 조금도 가지지 않고 요리에 임했다. 우선 요리 재료를 준비를 하고 내일 점심에 가져갈 정도의 햄을 덜어 놓는다. 그리고 그 햄을 세로썰기로 얇게 썰어 놓는다. 

그렇게 썰어 놓고 나서 냉장고에 있는 계란을 이용해 햄에다가 입힐 계란 옷을 만든다. 옷이라고 해도 별 것 없다. 계란을 풀어 놓는게 다일 뿐이다. 그렇게 계란을 풀고 곧바로 풀어 놓은 계란에다 간을 한다. 간을 하는 이유는 나중에 옷을 다 입히고 나서 이 계란을 후라이로 탈바꿈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다 먹을 거라는 거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불에 예열을 한다. 그다음 계란 옷을 입힌 햄을 조심스레 올려 놓는다. 그리고 익었다 싶을 때 살짝씩 뒤집어 놓는다. 첫번째 요리가 끝이 난다. 

햄을 다 구우면 아까전 풀어 놓은 계란을 그대로 후라이팬에 부어 버린다. 이미 햄을 구우면서 예열 다 되어 있기에 금방 익어 버릴 것이다. 


더군다나 햄에다가 옷을 입힌다고 이미 풀어 버렸기에 이 것을 후라이로 하면 예전에 많이 보던 오므라이스에 보던 계란 후라이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 그렇게 한 후라이는 도시락 반찬 통에 들어가기 싶도록 갈기갈기 찢어서 반찬 통에 쏙 넣어 버린다. 

이제 마지막 요리가 남았다. 다름아닌 멸치볶음이다. 말이 멸치 볶음이지 우리 집에는 사실 고추장이 없다. 결국 집에 굴러 다니는 칠리 소스를 고추장 대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적당량의 멸치를 머리랑 몸통으로 분리 한 뒤 그릇에 담는다. 그 다음 집에 굴러 다니는 칠리 소스를 그 위에 붇는다. 





색깔로는 멸치볶음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를 집어 먹어 보았다. 

맛은 천지차이였다. 



결국 강제로 후라이팬으로 직행시켰다. 그렇게 칠리소스를 묻힌 멸치를 달달 볶으면서 조금씩 그 형태를 갖추어 갔다. 그렇게 한 시간 여분을 볶고 구우면서 완성된 나의 도시락. 



왠지 내일은 점심시간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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