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룸메 형이 전화를 걸어왔다.
저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는 대화였다.
형이 말하길 오랜만에 초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집앞 근처에 있는 회전초밥집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초밥은 몇번 먹어보았으나 회전초밥은 거의 처음 먹어 보는 것이었다.
대구에서 딱 한번 회전초밥이긴하나 무제한으로 먹는 초밥만 먹어봤다.
그런데 여기서는 접시별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무작정 집어서 먹기도 조금은 겁이 났다.
그런데 일단은 밥을 먹으러 온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잡다한 생각은 일단 집어치우고
무작정 눈 앞에 있는 초밥접시부터 집어 나르기 시작했다.
막 두 접시를 비울 때쯤이었나 형이 술을 한 병 시켜서 나눠먹자고 한다.
다이어트 중이면서 무슨 술이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초밥에 술을 안 마실수 없다면서 기어코 술을 시키고아 만다.
그렇게 두 잔 정도를 마셨을까? 갑자기 가득 차야할 회전 테이블이 초밥이 하나 둘 씩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아예 빈 테이블만 자꾸 도는 것이었다.
당시에 무슨 붐이 었는지 손님들도 계속 드나들면서 자리도 없었는데,
초밥이 안나오는 여기적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형도 잘 마시던 술잔을 탁자에 탕 놓더니, 이래서 술을 마실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를 물어보니 회전초밥은 먹는 맛도 있지만 보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보는 맛이 떨어지니 먹는 맛도 떨어진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위에 바글바글하던 사람들이 한 두 명씩 사라진다.
그러더니 들어온지 30분도 안되신 분들도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잠시후 주방장이 하는말이 갑자기 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죄송하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다시 초밥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이미 사람들은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몇명 없었다.
시간또한 거의 9시에 다다르고 있었다.
초밥은 보는맛으로도 먹는다는 형의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 모두 보는 맛이 떨어져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초밥이 나오는지 다음에는 저것을 먹어봐야지 하는 그런 기대감이.
회전초밥집의 메리트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보는 맛이 떨어지니
먹는 맛도 떨어지는 기분을 확실히 느끼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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