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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글쓰기

그것은 카드에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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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17 [365일작가연습]

주제: 그것은 카드에 적혀 있다.



그것은 너무도 작고 예쁜 카드에 적혀 있었다. 

서미원, 8개월, 5월 17일 2시 30분, 2.3kg

처음 나를 보았을 때, 나는 울음이 많았다고 했다. 이틀 내내 끊임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렇게 내리 울고 나서는 다시는 울지 않았다고 했다. 꼭 자신을 처지를 알고 있던것 처럼 거짓말 처럼 그 날 이후에는 넘어져도, 누구와 싸워도 그리고 아무리 혼이나도 절대 울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 처럼.. 


'아니 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썽이야'


엄마의 아니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아줌마는 내 머리에 꿀밤을 때린다. 옆에 있는 나와 싸웠던 아이는 그 꿀밤이 아팠는지 울기 시작한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에게서 한 걸음 정도 떨어진 곳의 바닥 언저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눈을 아래쪽으로 두고 있어야 그나마 덜 맞는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이 아줌마한테 맞는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나를 때릴 때마다 아줌마를 쳐다보고 있어 정말 하루종일 맞았던 것 같다. 그때이후로 누군가가 날 때리기 시작하면 고개를 너무 쑥이지도 않고 딱 한 걸음. 그 정도에 있는 바닥을 본다. 그러면서 저 바닥은 왜저렇게 생겼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아줌마는 자기 안에 있는 울분을 다 토해냈는지 방안에 가서 반성하고 있으라고 말한다. 그러면 혼나는 시간은 끝이 나게 된다.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말썽만 부린 것은 아니다. 단지 날 놀리는 아이들이 미웠을 뿐이고, 그 애들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단지 그 뿐이었는데, 아줌마는 나를 혼냈고, 그 아이들은 혼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줌마를 엄마가 아니라고 말해준 것도 그 아이들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럴리가 없다고, 정말 그럴리가 없을 거라고 우겼다. 그러자 그 애들은 몰래 아줌마의 방에 들어가 그 카드를 가져왔다. 


너무도 작고 예쁜 그 카드에 그것은 적혀 있었다. 

서미원, 8개월, 5월 17일 생 2시 30분, 2.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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