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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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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주제

2014.5.19 [365일작가연습]

주제: 그림에 대하여


고등학교 시절, 국영수는 당연히 해야했던 공부였지만 예체능은 달랐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하든 안하든의 선택이 주어지는 교과목이었다. 그 중에 가장 박빙이었던 것은 바로 음악과 미술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수업과 미술 수업 중에 선택해서 하나만 듣도록 교육방침이 내려왔는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뜻하지 않은 선택을 해야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고민이 왔다갔다했다. 미술은 자주 접할 수 있을까? 내가 미술관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잖아. 그에 비하면 음악은.. 음 노래만 해도 자주 부르고 사람들이 그러잖아 죽기 전에 악기 하나는 다루어야 한다고. 그래 난 음악을 선택하겠어. 

그렇게 나는 미술을 버리고 음악을 선택했다. 물론 그 결정이 평생 미술과 동떨어지게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나의 선택으로 인해 나는 내 친한 친구들과 다른 수업을 들어야 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그리는 것들을 좋아했다. 오타쿠 집단이어서 그런지 만화주인공의 그림은 정말 귀가막히게 잘 그렸다. 그 친구들 때문인지 나는 수업은 음악을 들었지만 한 동안 친구들의 만화를 품평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인지 그림을 보는 눈은 형편없다. 잘 그린 그림은 일본 애니에 나오는 엘프와 같은 형태의 뭔가 실용적이지 않고 불편한 옷을 입은채로 은폐엄폐가 불가능할 것 같은 화려한 원색 계통의 옷을 입은 전사들을 보면서 아~ 잘 그렸다라는 말을 남발한다. 그러다 우연히 책을 많이 읽는 오타쿠겸 다독왕인 친구가 달과 6펜스라는 책을 읽는 것을 봤다. 처음에는 그 책이 판타지 소설인줄 알았다. 판타지 소설은 빼지 않고 잘 읽었던 때라, 친구의 책을 뺏어서 읽어봤다. 무슨 말인지 어려웠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책이 고갱이라는 화가를 모델로 쓴 소설이라는 것을, 대학교에 들어와 다시금 그 책을 읽게 되었다. 리포트때문이었지만 그 책 애니메이션으로 그림을 배운 나에게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1차원적 미술이고 그 너머 머릿속에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그 너머의 미술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혹은 화가를 말하라고 하면 주저없이 고갱이라 말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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