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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글쓰기

남의 말을 엿듣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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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14 [365일 작가연습]

주제: 남의 말을 엿듣는 중이다




독서실 칸막이 너머로 소곤거리는 소리가 넘어온다. 또 저 커플이다. 

저 커플들만 오면 조용하던 독서실이 웅성거린다. 며칠 전에는 용기를 내어서 작은 쪽지를 적어 소곤거리는 남자에게 전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요 며칠은 어느 정도 조용했으나 다시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니 쪽지도 별 효과가 없었나 보다. 책을 읽어도 글은 읽히지 않고 어느새 칸막이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순간 짜증이 뻗쳐 올라 책을 덮고 독서실 밖으로 나왔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쉬면서 뻗어오는 열분을 삭히고 있는데 갑자기 옥상으로 올라오는 문이 열린다. 

이 곳은 올라오는 길이 복잡해 나말고는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곳이라 누군지 궁금해졌다. 아까 그 남자다. 문 뒤에는 여자친구도 같이 올라왔나 보다. 진정되던 감정이 다시금 짜증이 났다. 이 참에 잘되었다는 생각에 그 남자에게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내가 소리를 지르자 남자는 당황했는지 뭔가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내 앞에 갑자기 장미 한 송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사.. 사실, 오래.. 전 부터 지켜봐 왔습니다. .. " 


갑작스런 고백 앞에 내머리 속은 하애지고, 문 밖 여자는 조그많게 손을 모아 '오빠 화이팅' 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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