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2년이 다 지난 휴대폰으로 인터넷 라디오를 깔고, 이어폰을 돌려서 DJ의 목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방향으로 맞췄다. 휴대폰이 이상한지 이어폰이 이상한지 이어폰에서 자꾸만 노래소리나 DJ의 목소리가 멀게 들린다. 가끔 끊기기까지 하니 그럴때면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소리를 맞춘 휴대폰 속 DJ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자목소리가 아닌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전현무 DJ의 목소리가 오늘은 왠지 믿지가 않다. 나름의 깨방정이 사람들로 가득찬 2호선 출근길에 작은 창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오늘의 시작하는 말은 사람은 과연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하는가이다. 과연 몇 시간을 자야 하는 걸까? 어디서 나오는 통계인지 알 수 없지만 보통 사람은 7시간을 자야 한다고 한다. 더 도 덜도 말고 7시간. 머릿속으로 나는 몇시간을 하루에 자는지 계산을 한다.
12시에 자리에 누워 7시쯤에 눈을 뜬다. 30분간 방바닥을 딩굴거리다가 7시 30분에 알람이 울리면 불이나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 5분여간에 고양이 세수를 한다. 결론적으로 난 하루에 7시간 정도를 잔다. 연구에 따르면 나처럼 자야 한다. 그런데 과연 나처럼 잘 수 잇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모두들 7시간을 자고 싶지만 7시간도 채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아닐까? 그렇게 부족한 잠을 주말에 자다 보면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연속해서 잠을 자는 거다.
춘천에 친구가 있어 친구를 보러 ITX를 타고 갔던 적이 있다. 친구는 2일 근무 2일 휴무로 일을 한다. 그에게는 주말도 없고 평일도 없다. 단지 근무일과 휴무일로만 나뉜다. 때마침 그때는 주말과 그의 휴무일이 겹쳤었다. 나는 그 친구를 보러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춘천에 다 도착하고 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피곤에 쩔은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 그 전날 야간 근무를 섰던 것 같다. 잠에 빠진 그 친구를 깨워 밥을 먹으러 갔다. 이것 저것 사는 이야기가 술잔과 같이 오고가고 현재 자기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그 친구 역시 주말에는 자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2일 일하는 것도 하루는 주간이고 하루는 야간이라서 바이오리듬이 엉망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비슷한 생활을 하지만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쉬는 날에는 잠을 잔다고 시간을 다 써버린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하루에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잠을 자는 것이다. 그날 저녁 그 친구와 같이 잠을 잤다. 한밤중에 화장실이 급해 잠깐 잠을 깨어 오줌을 눈다. 그리고 자고 있을 친구를 스쳐 보게 된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좀 처럼 편안하게 잠을 자지 못하는 친구가 보인다. 그는 잠을 자는게 아니라 잠을 자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일요일, 주말이다. 할일도 거의 없고 편안하게 집에서 쉬고 있자니 따분함이 밀려올라 온다. 이것 저것 할 것은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룸메이트 형이 자기 여자친구를 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꼬신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민폐인줄 알면서도 거절하지 못하고 쫄래쫄래 거리며 룸메이트 형을 따라간다. 전철을 타고 서울을 건너 인천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형의 여자친구, 나에게는 형수라고 불리는 분을 만난다. 매력있는 분이었고 술을 마시면서 이래저래 좀 친해졌었다. 이상하게 이야기는 언제나 술과 함께 주고 받아지는 것 같다.
우연히 잠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형수는 주말에는 자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잠을 잔다는 것이 자기 투자라고 말한다. 나는 그 반대이다. 주말에 잠을 잔다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잠은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만 자면 된다고는 생각이다. 이렇게 잠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아마 나의 잠에 대한 철학은 우리 친형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언제였었나 형이 낮잠을 자는데 깨우지 않고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때 일어난 형은 알게 모르게 짜증이 섞인 느낌이었다. 귀한 주말을 잠으로 날려 버렸다는 것이 아쉬운 것 같았다. 그런 영향인지 나는 주말에, 쉬는 날에는 잠으로 날려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잠에 대한 생각들은 여러가지이다. 과연 사람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행복한 걸까?
잠이 행복의 척도라면 어느 정도가 가장 적당할까? 라디오의 DJ의 말 처럼 7시간을 자야 하는 가? 그러고 보니 6시에 하는 배철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왔다. 7시간을 자는 것이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 역시 여기서도 어디서 조사를 했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렇더라, ~라고 하더라 의 카더라 통신만이 팩트인양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이야기가 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제 나도 잠을 자러 가야 겠다. 오늘도 7시간을 자기 위해서 밤의 여신에게 조심스레 빌어 본다.
닉스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