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의 이번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왜 제목이 '새의 선물'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답은 너무 뻔히 보이는 곳에서 적혀 있었다. 바로 책의 서분에 적혀 있는 한 편의 시에서부터다.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 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 버렸네
-자크 프레베르, [새의 선물] 전문
책은 이렇게 한 편의 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책의 어느 부분에서 '새의 선물'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어리지만 성숙했던 진희가 나오고, 성숙했지만 어리석은 이모가 나온다. 그 외에도 그의 많은 주변 인물들이 서로 의지를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에서 진희는 12살이지만 자기는 더 이상 세상에서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영석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소설 속에서 진희는 무척 똑똑하고 영리하다. 학교에서 공부는 물론 잘했으며, 우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네 어른들의 속 사정을 모두 꿰뚫을 정도로 이치에 밝다. 하지만 진희는 이런 속 사정을 알게 되는 방법도 자기가 어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의 속 마음을 진희에게 말하는 게 거리낌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진희는 이 점을 이용하여 우물 주변의 어른들의 약점 한 두 가지들을 간직하게 된다.
새의 선물의 배경은 1970년대이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었고, 2000년대 대학교를 나온 필자에게는 그들을 가장 많은 혜택을 얻은 세대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88만 원 세대라는 책을 보면, 앞 세대들과 비교하며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책 속에 있는 1970년대는 세대의 축복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아등바등함과 그 속에서도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 소소한 행복이 엿보인다.
누구 하나 잘 살아가는 사람 없이, 다 같이 못 살던 그때. 허리띠를 졸라가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이 당시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하며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서는 풍자가 느껴지기도 한다. 슬픔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삼키지 못하고, 빙그레 웃는 듯한 웃픈 이미지가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감정의 속도가 빨라지는데, 그 속에서 진희도, 이모도 모두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책은 예전에 쓰였지만 그 속에 있는 무게는 결코 예전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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