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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70년대를 엿보는 소설 '은희경, 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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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언제나 새로운 질문과 도약으로 오늘날의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은희경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을 100쇄 출간을 기념해 장정을 새롭게 하고 문장과 표현을 다듬은 개정판으로 선보인다. 1995년에 출간된 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성장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매김한 『새의 선물』의 100쇄 기록은 세대를 거듭한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뜻깊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큼 좋아하는 책”(김초엽), “내 문학의 본류이자, 십대 시절 고독감을 극복하게 해준 책”(박상영), “『새의 선물』을 읽은 다른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은희경 작가의 팬이 되었다”(최은영) 등 많은 작가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끼치며 한국문학으로 향하는 가장 흥미진진하고 친밀한 문이 되어준 『새의 선물』은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60년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한국어의 묘미를 일깨우는 풍부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그 자체 장편소설의 교본으로 손색없을 뿐 아니라 한국소설을 그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결정적인 한 걸음이었다. 은희경 작가는 개정판 작업을 위해 초판을 출간한 후 처음으로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한다. 1995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한동안 청탁이 없자 멀리 지방에 있는 절에 들어가 몇 달간 작업한 끝에 완성한 자신의 첫 책을 말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작가가 작품에 쏟아부은 에너지와 열기는 27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에게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때의 뜨거움을 간직한 채 지금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단어를 매만지고 당시의 풍경을 정교하게 가다듬은 이번 개정판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충만하고 열띤 시간 속에 우리를 머무르게 할 것이다.
저자
은희경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06.03

은희경의 이번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왜 제목이 '새의 선물'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답은 너무 뻔히 보이는 곳에서 적혀 있었다. 바로 책의 서분에 적혀 있는 한 편의 시에서부터다.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 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 버렸네
-자크 프레베르, [새의 선물] 전문

책은 이렇게 한 편의 시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책의 어느 부분에서 '새의 선물'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어리지만 성숙했던 진희가 나오고, 성숙했지만 어리석은 이모가 나온다. 그 외에도 그의 많은 주변 인물들이 서로 의지를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에서 진희는 12살이지만 자기는 더 이상 세상에서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영석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소설 속에서 진희는 무척 똑똑하고 영리하다. 학교에서 공부는 물론 잘했으며, 우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네 어른들의 속 사정을 모두 꿰뚫을 정도로 이치에 밝다. 하지만 진희는 이런 속 사정을 알게 되는 방법도 자기가 어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의 속 마음을 진희에게 말하는 게 거리낌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진희는 이 점을 이용하여 우물 주변의 어른들의 약점 한 두 가지들을 간직하게 된다. 

 

새의 선물의 배경은 1970년대이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었고, 2000년대 대학교를 나온 필자에게는 그들을 가장 많은 혜택을 얻은 세대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88만 원 세대라는 책을 보면, 앞 세대들과 비교하며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책 속에 있는 1970년대는 세대의 축복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아등바등함과 그 속에서도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 소소한 행복이 엿보인다. 

 

누구 하나 잘 살아가는 사람 없이, 다 같이 못 살던 그때. 허리띠를 졸라가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이 당시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하며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서는 풍자가 느껴지기도 한다. 슬픔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삼키지 못하고, 빙그레 웃는 듯한 웃픈 이미지가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감정의 속도가 빨라지는데, 그 속에서 진희도, 이모도 모두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책은 예전에 쓰였지만 그 속에 있는 무게는 결코 예전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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