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처음 든 생각은 또다시 명상 책이구나. 내가 요즘에 생각이 많고 복잡한 게 많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이 책은 뭐가 다른 걸까? 하는 탐구의 영역이었다.
이미 세상은 많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책을 적어낸 사람은 모두 성공한 사람, 혹은 자기 분야에 특출 난 성과를 이룩한 사람이 많았다. 혹은 소시민이라고 이야기하며 자기의 에세이를 펴낸이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 자체가 하나의 어그로였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자기가 했던 말을 무조건 믿지 말고, 의심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무지하다고 이해할 때, 지혜가 싹튼다'라는 말을 남겼다. 즉 자기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바른 해답으로 찾으러 갈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저자는 자기 자신부터 그 무지함의 인식에 솔선수범했다.
사실 저자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간다고 하면, 무척 잘나가는 인물이었다. 사실 이렇게 숲 속의 현자가 되지 않아도 책을 냈을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책을 냈다면, 책 제목도 조금 바뀌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돈 버는 게 가장 쉬웠어요.' 정도였지 않을까?
하지만 정말 갑자기 저자는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련을 쌓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마치 20세기 소년 속 오쵸와 마찬가지로. 어떤 분들인 이 장면에서 마블 유니버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 역시 무언가 자기 속에 잠든 무언가를 알기 위해, 수련을 떠나니까, 공통점이 아주 없지는 않다.
책은 그렇게 떠난 한 인간이 격게되는 인생의 이야기이다. 수련에 관한 것과 깨달음의 대한 말씀이 아니라, 지금껏 저자가 겪어온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책에 녹아있다.
특히, 그의 말 중에 인상 깊었던 구절을 꼽으라면, (ebook 기준) 44% 부분에 있는 글귀이다.
이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네. 이 일을 끝내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 그 점이 중요하다네
어느새 서점의 베스트셀러 책이 투자와 자기 계발 책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을 효율과 돈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것도 바라 앞의 선봉장의 자리에서. 하지만 저자는 그 자리를 두고 내려왔다. 어찌 보면 가장 집중되는 자리에서 아무도 살펴보지 않는 자리로. 저자가 이렇게 자기의 자리를 다시 찾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효율보다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내가 '무엇을' 느끼느냐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삶을 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 내 삶에서 내려놓기라는 것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내려놓기라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 왜냐하면, 내려 놓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진 가장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해하기 쉽게 다음의 비유를 들고 있다.
"저기요, 하느님! 내 말 들리세요? 당신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나를 좀 도와줄 수 있나요?"
잠시 뒤, 하늘에서 깊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를 불렀느냐. 널 도와줄 수 있다만, 반드시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남자가 말했습니다.
"뭐든 말씀만 하세요!"
하느님이 대답했지요.
"손을 놓아라."
남자는 몇 초 동안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습니다.
"어... 거기 누구 다른 분은 없나요?"
저는 이 남자에게서 저 자신을 봅니다. 저 역시 확신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딱 저렇게 행동하거든요. '절대 이 생각을 내려놓을 수 없어. 왜냐하면 그게 옳으니까.'
위의 예시처럼,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의 잣대에서 스스로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그것을 포기하거나 내려놓을 수 없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제삼자의 눈이다.
내려놓기는 어쩌면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일 겁니다. 내려놓기의 지혜는 참으로 심오합니다.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얻는 것은 끝이 없지요.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은 내려놓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설사 그 생각이 '옳다'하더라도요.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내려놓기 어려운 생각이 결국엔 우리에게 가장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드려 다 보길 바랍니다.
저자는 위 글에서 '내려 놓기'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놓는 것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확증 편향에 대한 생각들입니다. 그런 것들이 결국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이런 자기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길 바랍니다. 그리고 되뇌라고 합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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