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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멜랑꼴리적 퀴어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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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연히 독서모임을 하다가 읽게 된 소설이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박상영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로서 동성애를 지닌 남자가 살아가는 여러 모습들이 나온다. 소설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작소설이기에 소설 속 화자는 동일하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각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서로가 조금씩 이어져있다. 마치 마블 히어로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박상영이라는 작가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퀴어 소설가라고 했을 때. 특히 남성 퀴어라고 했을 때 알고 있는 작가가 한 분 있다. 바로 김봉곤 작가이다. 책의 날개 부분에 작가의 사진과 더불어 '김봉곤'이라는 이름이 있길래 혹시나 하고 검색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상영 작가는 김봉곤 작가와 더불어 퀴어 소설 쪽에서도 유명한 분들이었다. 그래서 같이 강연도 다니고 하는 듯한 사진들이 나왔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김봉곤 작가와 박상영 작가는 퀴어 소설을 쓰지만 서로가 쓰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김봉곤 작가가 조금 더  감정선에 집중했다면, 박상영작가는 휘몰아치는 감정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액션으로 옮기는 듯한 서술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키스 장면이나 성관계 장면들이 바로바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르노처럼 적나라 지는 않지만 단어를 굳이 다른 말로 치환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마따나 이리저리 단어와 말, 그리고 대화들을 가지고 논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뒤쪽에 있는 해설에서는 그를 멜랑꼴리적 퀴어 소설의 대표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멜랑꼴리 뭔가 들어봤으면서도 낯선 언어. 들으면 기분은 어떤 느낌인지 알 듯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 설명하려면 좀처럼 잘 되지 않는 그런 애매모호한 것. 

 

 

박상영 작가의 소설 자체는 이런 멜랑꼴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필자로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처음 나왔던 재희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재희라는 여자 동기와 작중 화자가 같이 만나게 되고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며 절친이 되는 관계를 말한다. 사실 소설적 해석은 책 뒷부분에 있는 해설집이 더 정확하고 표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잘 써놓았다. 다만 필자가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 정서적 우정 비슷한 느낌이 계속 든다는 점이다. 재희와 화자는 절친이면서도, 가족이었고, 애인이었으며, 소울메이트였다. 그래서일까 재희가 자기 남자 친구한테 우연 찬하게 화자가 퀴어인 것을 말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배신은 엄청났다고 본다. 

 

해설집에서 나오지만 화자는 자기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에 거부감이 크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재희가 자기를 그렇게 끄집어내는 것은 불편했다. 어쩌면 화자는 배신으로 느꼈을까? 뭔가 믿고 있던 존재에게 자기를 송두리째 발가벗겨져 버린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부분에서 복잡 미묘한 화자의 심정이 좋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잘 읽혀서 특히 나쁘지 않았다. 주제가 주제라서 조금은 거부감이 들지만, 글이 잘 읽히게 쓴다는 점에서는 나무랄 바 없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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