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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범접할 수 없는 삶의 통찰, 백년을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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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책은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을 살아보니 라는 책이다. 이 책은 그리 유명한 책은 아니나 근 한 세기를 살아온 한 철학교수의 에세이 집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100년이라는 세월은 과연 어떤 개념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을 다 재쳐놓고 이 책은 동네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와 삶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다. 그래서일까 책 자체는 무척 술술 잘 읽힌다. 더불어 철학교수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가벼운 말 한마디에서도 녹아있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삶에 대한 태도가 잘 드러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목차는 크게 5개의 파트로 나눠진다. 

1. 똑같은 행복은 없다(행복론)
-성공하면 행복할까
-인격 수준과 재산의 관계
-일을 하는 이유
-오래 살면 좋을까
-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다 떠나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2. 사랑이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네(결혼과 가정)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허무한 고독
-재혼을 했으면 더 행복했을까
-황혼기 이혼에 관하여
-열심히 싸우는 부부는 이혼하지 않는다
-무엇이 여성을 아름답게 하는가
-뜻대로 안 되는 자녀 교육

3. 운명도 허무도 아닌 그 무엇(우정과 종교)
-나에게 우정은 섭리였던가
-내 친구 안병욱
-현대인에게도 종교는 필요한가
-흑과 백 사이의 수많은 회색
-죽음에도 의미가 있는가
-마지막 선택권은 누구에게나 있다

4.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돈과 성공, 명예)
-그는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
-경제적으론 중산층, 정신적으론 상위층
-자서전을 쓴다면
-세 동상
-나에게 '감투'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5.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노년의 삶)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장수의 비결이 뭔가요?"
-젊어서는 용기, 늙어서는 지혜
-취미생활의 즐거움
-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노년기에는 존경스러운 모범을
-누구 곁으로 가야 하는가
-"오래 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첫 번째 파트인 행복론에서는 행복에 대한 내용이 주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재산과 권위 등 뒤에서 다루게 될 내용들과도 많이 겹치는 내용이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성공하면 행복할까' 파트였다. 당시에 그는 나름 성공의 정의를 내리고 그것이 주는 행복감에 대해 나름 분석을 해놓았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은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주어진 유능성과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그는 여기에서 무작정 잘 사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질의 행복을 좇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는 성공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근 백 년을 살아오신 분에게는 오히려 물질의 성공보다는 내가 가진 잠재력을 다 발휘했느냐 아 그렇지 못했냐가 더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다. 그는 오랜 시간 기독교인으로 살아왔고, 가르치는 철학 역시 서양철학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근 한 세기 전부터 살아오신 분이라고는 하지만 동양적인 것보다는 서양적 마인드와 생각에 더 열려있는 분이라고 이 부분에서 많이 느끼게 되었다. 특히 저자가 말한 '주어진 유능성과 가능성' 이 부분은 마치 서양 기독교에서 나오는 자신만의 '달란트'라는 개념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개념 역시 책에서 말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저자는 언제나 일을 하는 삶 등을 살기를 바라며 단순히 미시적 관점의 성공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을 지속적으로 말하곤 한다. 그것이 사람이 늙지 않는다는 것이며, 언제나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의 가치가 아니라 내면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그 시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백 년을 살아오신 분이 하는 그 깊이는 조금 더 뭔가가 담겨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두 번째 파트 결혼과 가정에서는 많은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가장 큰 것은 아직 필자가 결혼을 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눈길이 가는 구절이 있었는데 바로 "열심히 싸우는 부부는 이혼하지 않는다"는 챕터였다. 여기서 그는 사랑이 있는 고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쩌면 자기의 예전 삶을 되돌아보면서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번 챕터 역시 첫 번째 챕터의 행복론과 이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의 공감이 적어서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세 번째 파트는 우정과 종교인데 여기서는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나에게 우정은 섭리였던가' 파트의 내용이었다. 

이기적인 경쟁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선의의 경쟁은 성장과 발전을 초래하나, 사랑이 있는 경쟁은 행복을 더해준다.

어쩌면 이 파트 역시 행복론의 일종 같지만, 그만큼 그는 친한 친우들과 경쟁을 하면서 행복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다음에는 그가 가진 종교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필자에게는 특히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없었다. 

 

네 번째 파트 돈과 성공과 명예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는 앞서 이야기한 행복론의 이론이 한 번 더 나온다. 삶은 중위권, 정신은 상위권이라는 개념은 꾸준히 자기를 발전시키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성찰하는 그 모습 자체를 말하는 듯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사람들의 상거래를 하면서 생각하는 단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 사람들은 상거래를 할 때 자기편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따지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의 다양한 거래가 되지 못한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한두 번 거래하고는 끝난다. 유대인들은 거래를 할 때 서러 간의 이익을 타산해본다. 그래서 상호 간의 이윤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상거래가 지속 가능해진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은 상거래를 할 때, 내가 얼마나 이익을 주면 우리 물건을 쓰겠냐고 상담해온다. 그래서 결국은 그 사람들이 상권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미시안적인 거래를 많이 해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실 성공과 부, 그리고 권위는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나의 이익이 아니라 타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주는 것. 그것이 결국에는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주고 결론적으로 더 큰 이익을 자신에게 준다는 이야기 같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일을 할 때 너무 앞의 일만 본다는 것을 돌려서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섯 번째 파트는 노년의 삶이다. 여기서는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장수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신체가 쇠약해지면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생각은 동물적이거나 생리적 관점이다. 

그는 정신적인 성장은 노력하는 한 계속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일을 하면서 그 성장을 계속 유지해왔다고 한다. 어쩌면 그는 장수의 비결을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기도 하다. 주위의 일을 그만두신 분들 중에는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나이가 들어 보일 때가 많았다. 자기가 가진 열정을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는 그의 꾸준한 연구와 노력이 그를 지금까지 장수하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똑같은 일이라도 백 년을 살아오신 분이 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너무 부담을 가지지 않고 가볍게 그냥 어른들의 덕담을 듣는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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