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 때 성남 태평동에 근 4년간 살았었다. 1인 가구라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는 주로 밖에서 식사를 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던 곳이 있다. 바로 풍경 돌판 구이 집이다. 여기는 오이 로스를 주로 하는데, 주말은 물론, 평일의 경우에는 식사 시간에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핫한 곳이었다. 집이 풍경 돌판구이 근처라 매번 지나갈 때마다 슬쩍슬쩍 보았는데, 웨이팅이 멈추지 않고 계속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여기 정말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지인을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기본 웨이팅이 40분 정도였다. 그래서 저녁 무렵이라 함께 인근 탄천길을 걷고 있을 때쯤 연락이 와서 들어갔던 적이 있다. 그때는 로스구이를 먹었는데 담백하면서도 오리의 식가과 질감이 잘 살아 있어 지인들 모두 만족해했다. 그리고 무려 6년이 지난 지금, 친구와 이야기하던 도중 우연이 이곳이 생각이 나서 주말에 찾아보기로 했다. 현재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는 서울의 미아동이라 성남의 태평동까지 가는데 약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맛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친구들하고는 12시쯤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집에서 출발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아침 10시 30분에 출발을 해야 한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챙기는 것을 생각하면 10시부터 약속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맛있는 오리를 먹기 위해서 수고스러움을 감소했다. 생각보다 지하철이 빨리 도착하고, 환승도 바로바로 이루어져 예상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했다. 가게에 가서 번호표를 뽑았더니 앞에 9팀이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45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에는 로스 구이가 아닌 양념을 시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블로그를 봤는지 사이드 메뉴인 치즈말이가 별미라는 것을 봤는지 친구는 꼭 치즈말이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양념 대랑 치즈말이를 주문했다. 치즈말이는 밥을 얇게 펴서 누룽지를 만드는데 그 얇기가 마치 전병같이 생겼다. 그 안에 치즈를 넣어 고소함과 고소함을 더한 느낌의 사이드 메뉴였다. 왜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듯했다. 그리고 치즈말이는 번호표를 뽑는데서 한 분이 전문적으로 치즈말이만 만들고 계셨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증명이었다.
오리 양념은 직접 조리를 해주셨다. 우선 대파와 양파와 함께 버무려진 오리 주물럭을 구워준다. 고기가 익으면 드셔도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기를 반 정도 먹고 있으면 숙주와 부추를 그 위에 듬뿍 울려준다. 처음에는 마치 닭갈비 같은 느낌의 오리 구이였다면 숙주와 부추를 올리고 나서는 마치 철판구이 같은 느낌의 또 다른 요리가 되었다. 그리고 오래 구워진 양념에 익어간 부추와 숙주는 부드러운 오리 한 점과 잘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추지 않게 만들었다.
구이를 다 먹으면 볶음밥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볶음밥은 어디나 그렇듯이 기본양념이 된 볶음밥 재료에 우리가 먹고 남은 오리구이 소스를 더해서 오리 구이와 볶음밥 모두를 맛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역시 맛에는 다르게 뭐라 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다만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음료와 술의 경우에는 직접 가져다 먹어야 했다. (뭐 간혹 그게 편할 때도 있지만 ) 나중에 시간이 되고 성남 태평을 지나가게 된다면 여기는 진짜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어디를 가나 꼭 추천하는 맛집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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