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은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노래의 가사를 써온 밥 딜런도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거다. 즉,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살아온 문학적 길을 기리면서 주는 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에도 어김없이 노벨문학상이 나왔다. 작가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처음 듣는 작가였다. 실제로 작품을 보더라도 한국에는 거의 나온 적이 없는 작품이거나 주목받지 않은 작품들이라, 더욱 생소한 작가였다.
이번에 독서모임에 한번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 결과 이렇게 손에 ‘낙원’이라는 책이 들려져 있다. ‘낙원’이라는 책은 압둘라자크 구르나에게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문학 전반에 깔려있는 디아스포라적 삶과 서사가 묻어 있는 작품이라고 하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 본 입장에서는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은 떨쳐내더라도 정확한 시대상도 파악하기 힘든 소설이었다. 아랍계열의 소설을 많이 읽었던 게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특히 여기서 배경은 아랍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통로 쪽의 서사라고 한다. 책의 소개를 보면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북 아프리카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지역적 이해도가 떨어져서 인지, 시대적 배경과 지리적 배경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책 내용만을 살펴보자면, 한 남자아이의 성장기이자 모험담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유수프라는 이름의 아이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그가 무진장 잘 생겼다는 점이다. 그가 가는 곳 어디든 약혼을 했는지 물었고, 다들 자기 딸들과 결혼을 시켜주려고 안달을 하는 내용이 시시때때로 나온다.
유수프는 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스와힐리 지역)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버지를 매번 찾아오는 대상인 아지르 아저씨가 있다. 유수프는 아지즈 아저씨를 좋아했다. 아니 사실 그가 며칠 동안 묵다가 떠날 때 주는 동전 20개 정도를 눈독 들였던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도 그는 아지즈 아저씨가 용돈을 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저씨가 말을 할 때 방해하지 않도록 집 밖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러면서도 너무 많이 멀어지면 아저씨가 떠날 때 용돈을 못 받으니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언제 집으로 들어가면 될지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어머니가 갑자기 오더니 이번에는 유수프를 보면서 아지르 아저씨랑 함께 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무슨 걱정이 있는지 연간 하늘을 보며 담배만 태운다. 그때 유수프의 나이는 11살이었다.
유수프를 따라 그의 정원으로(집이라고 할 수 있다.) 들어갔을 때, 그를 맞이한 건 자기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칼릴이라는 형이었다. 그는 아지르 아저씨의 가정사를 두루 살펴주는 집사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지르 아저씨가 하는 가게의 전체적인 운영도 같이 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멀리 교역을 하러 가면 아저씨의 가게는 전적으로 칼릴이 맡아서 운영을 하였다. 유수프는 여기서 칼릴과 함께 아지르 아저씨의 가게를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칼릴은 그를 산 송장이라고 부르면서 때로는 혼을 내기도 하며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특히 그는 흥분을 하면 아랍어로 말을 했는데, 유수프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흥분을 해서 아랍어를 내뱉는 모습을 손님들은 좋아했다. 그럴 때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해 유수프도 따라 웃으면 가끔 맞기도 했다.
칼릴은 유수프에게 지금 유수프의 상태를 말해 주었다. 유수프는 아저씨를 그냥 따라온 게 아니라. 아버지가 아지르 아저씨한테 돈을 빌렸는데, 그걸 갚지 못해 담보로 맡겨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역시 동일한 처지라고 말한다. 유수프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럴ㄹ리 없다고 부정을 했지만 곧 그 내용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곧 아버지가 아지르 아저씨의 돈을 다 갚고 자기를 데려올 거라 굳게 믿게 된다.
하지만 칼릴은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매번 말해준다. 칼릴은 또한 아지르 아저씨를 ‘사이드’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이드 역시 자신을 ‘사이드’로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유수프에게 말했다. 하지만 유수프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사이드’(주인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지르 아저씨는 유수프를 칼릴에게 맡기고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교역을 하러 떠나게 된다. 그러면서 아지르 아저씨가 있는 가게와 그의 정원(집)에서 지내는 일들이 첫 번째 파트인 담장이 있는 정원의 내용이다. 책에는 총 6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담장이 있는 정원
산동네
내륙여행
화염 문
욕망의 숲
핏덩어리
담장이 있는 정원은 앞서 말했다시피, 유수프가 처음 아지를 아저씨를 만나 그와 함께 있는 곳으로 가서 적응해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담장이 있는 정원은 그가 아버지와 자랄 때 그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곳을 의미하는 듯하다. 동시에 아지르가 있는 곳에도 정원이 있었는데, 유수프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그래서 이 챕터에서의 정원은 유수프의 마음의 안정과 고향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유수프를 연인으로 생각하는 한 노처녀 이야기도 나온다. 칼릴은 유수프가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며 놀리는 도구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만큼 유수프의 외모가 빛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산동네
산동네 파트에서는 유수프가 처음으로 아지르의 상단을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모든 여정을 따라가는 게 아니었다. 거기서 함미드라는 지역 소매상에게 잠시 위탁되게 된다. 함미드가 있는 곳은 산동네라고 할 정도로 고도가 높은 곳이었는데, 거기서 지내면서 상인들과 들어가고 들어오는 점을 배운다. 여기서 한번 유수프가 함미드를 따라 고객사들을 돌아다니며 찾아가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산이 푸른빛으로 물든 장면과 호수와 곁들여진 장소를 보게 되는데 그는 여기서 ‘마치 낙원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챕터의 마지막에 아지르 아저씨 일행은 돌아오지만, 유수프를 데려가지 않고 함미르에게 한 동아 더 맡기게 된다.
내륙여행
이 챕터에서는 아지르가 다시 교역을 위해 함미드에게로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어느덧 유수프의 나이가 16세 언저리에 오게 되고, 유수프가 충분히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여겼는지 이번에는 유수프를 데리고 교역에 나선다. 그러면서 교역 상단의 여러 인물들과 만나고 그들의 신인 알라신에 대한 이야기와 코란에 대한 교육 등을 사람들로부터 받게 된다. 더불어 여러 신앙과 미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륙여행 편에서 나오다.
화염문
화염문 파트는 유수프 일행이 여행을 떠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술탄들과의 관계와 교역 상단의 위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가장 생각나는 부분은 아지르 일행이 지역의 술탄과 회담을 하다가 관계가 틀어지게 된다. 그러다가 술탄이 아지르 상단의 교역물을 뻿앗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 술탄은 아지르와 같은 다른 교역상이 예전 자기들의 물건을 받고는 비용을 치르지 않고 날랐다는 거다. 그래서 너희가 대신 그 비용을 치른다는 논리였다. 아지르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게 교역품을 돌려받으려고 하다가. 독일군들이 그 지역 술탄을 공격하게 된다. 그렇게 아지르 일행도 크게 건지는 것 없이 허겁지겁 돌아오게 된다.
욕망의 숲
욕망의 숲은 유수프가 아지르의 정원으로 돌아오고 나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지르는 이번 손해를 만해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단단히 준비를 하고 교역을 떠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수프를 대동하지 않는다. 지난번 화염 문의 챕터에서 같이 힘든 상황을 겪으며 그에 대한 믿음과 애틋함이 싹튼 것 같았다. 그렇게 아지르를 떠나보내고, 칼릴과 함께 가게일을 도우면서 아지르의 정원을 가꾸던 중 아지르의 아내인 마님이 그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처음 산동네로 가게 된 것도 마님이 유수프에게 관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칼릴에게 듣게 된다. 칼릴은 마님이 미쳤으며, 유수프를 하늘이 내린 천사로 여겨 자기의 아픔을 고쳐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칼릴은 경고한다. 만에 하나 유수프가 그녀에게 접촉을 하면 아지르가 화를 낼 것이며 뒤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거라 말한다. 그렇다고 마님의 명을 거절할 수도 없어 그들은 마님과 조심스럽게 만나기 시작한다.
핏덩어리
유수프는 마님과 만나게 되면서 오히려 마님보다는 마님 옆에서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는 칼릴의 여동생에게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칼릴과 자신과의 삶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수프는 그녀를 탈출시키고 싶어 진다. 하지만 정작 그녀에게 그 말을 전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님이 어느 날처럼 유수프를 만나길 원했고, 그날따라 둘 이서만 만나길 희망했다. 그렇게 둘이 되자 마님은 유수프를 강제로라도 만지려고 했고, 유수프는 도망을 가다 옷이 찢어지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큰 소리가 났고, 그 소리를 막 돌아온 아지르가 듣게 된다. 아지르는 유수프에게 왜 마님을 만나러 가게 되었는지 묻게 되는데, 사실 유수프의 마음속에는 칼릴의 여동생인 아미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평소 유수프를 좋게 보고 있던 아지르는 그의 말에 역정을 내기보다는 흥미를 돋아하며 우선 그를 돌려보낸다. 그리고 때마침 독일군이 아지르가 있는 도시를 공격하게 된다.
전체적인 내용은 위와 같은 내용이다. 생각이 나는 대로 적은 거라 중요하지만 건너뛴 내용도 있고, 착각하여 잘못 쓴 내용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후반에 갈수록 엄청 흥미가 일어났고, 첫 부분은 낯선 용어와 환경 어려운 서술 방식 때문에 글이 잘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 화염 문 파트만 지나가면 글이 잘 읽히고 칼릴과 유수프와의 관계, 아지르와의 관계 등이 잘 보이면서 인물 관계가 재미있게 돌아간다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힘들더라도 힘을 내어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구르나의 ‘낙원’은 그의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디아스포라 적 성향을 가장 잘 나타나게 되며, 그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기에 어디에 정착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종족과 민족들과 어울리는 삶 자체가 잘 살아있는 소설이라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 소설을 단지 식민지배와 피식민지배, 혹은 다른 흑백논리로만 서사한 기존 소설들과 달리 다양한 인종과 종족 그리고 다양한 갈등 등을 놓아둔 부분이 문학상을 받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듯하다. 추천 정도는 별 3개 정도가 적당한 듯하다. (소설을 분석적으로 읽거나, 다른 문화를 소설로 경험하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한다. ) (서사는 이해가 어렵고, 전체적으로 공감대가 약한 편이라서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조금 힘든 부분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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