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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시대 담론이 닮겨있는, 2022 13회 젊은 작가상 수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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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문학동네에서 등단한 지 10년 내외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해 발표한 중단편을 골라 책으로 엮은 문고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문고판이라는 게 낯설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래도 13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꽤 알려진 작품 수상집이다. 2010년을 시작으로 올해 13회를 맞이하는 이번 수상집은 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를 시작으로 총 7개의 중단편과 그 중단편을 적게 된 작가노트 그리고 각 중단편마다 적어놓은 평론이 짧게 수록되어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 책값이 15,000원 내외인 것에 비해 이 책은 7,500원 정도로 저렴하다. 그러면서도 최근 가장 유명하다고 일컬어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7개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가성비 책이라고도 불린다.

사실 이 책은 작년 20년도 젊은 작가 수상집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적이 있다. 바로 어떤 작가가 사적인 대화를 가감 없이 그대로 소설에 실었던 것이다. 그래서 개정판을 별도로 변경해주기도 하는 등의 해프닝이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서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이번 수상집에서는 크게 3가지 정도의 담론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 중 첫 번째는 요즘 가장 핫한 젠더 담론이다. 최근 소설들 중에서는 이 젠더 담론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고, 이미 젠더 담론이라고 말하기도 어색할 정도로 이미 보편화된 이야기이다. 여성 서사라 고도 말할 수도 있지만 한국 소설의 가장 많은 소비층이 여성이 많은 것을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에 나왔던 젠더 담론이 거의 일반화가 되고 오히려 기본 전제에서 더 한층더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필자는 들었다. 단순히 지금껏 여성이 억압받아왔다는 것에 대한 바로 잡음 혹은 직시 이외에도 그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하나씩 더 놓아두고 바라보는 시점이 녹아들어 있다.

이를 볼 때 더이상 젠더적 이슈는 이제 한 뿌리의 담론이 아니라 이번 세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담론이 된 게 아닐까 한다. 동시에 소수자 담론도 많이 올라오곤 있다. 이번 책에 역시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실려있다. 소설은 언제나 약자를 향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약자들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두 번째 담론은 세대에 대한 담론인 듯하다. 대상을 받은 초파리 돌보기 역시 엄마와 딸의 시선이 나온다. 그러면서 엄마 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사실 세대 담론은 코로나 이전 세대에 많이 나왔던 내용이다. 더불어 세대 담론을 통한 당시의 젠더 인식과 현재의 젠더 인식의 차이로 인해 오는 불합리함 또한 같이 언급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형식에 대한 담론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이 형식에 대한 담론은 마지막 소설에서만 두드러지는 듯한 특성이기는 한데, 더이상 우리는 읽는 행위보다는 보고, 듣는 행위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면 소설도 이제는 보는 영역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도전 의식이 있는 소설이었다.

특히 마지막 소설을 보면서 마치 이상의 시를 처음 접한 당시의 사람들의 느낌이 이렇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체적인 느낌인 이런 여러 담론들이 잘 버무러져서 요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남았던 책이다. 언제나 시대의 지성이라는 사람들은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상을 만드는 듯하다.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침투성과 그 책이라는 매체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와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지식인들과 말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제 글이 아닌 영상을 만든다.

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만큼은 충분히 그 세대에 젖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이라는 형태는 누군가의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자기의 생각을 누군지도 모르는 타자에게 전하는 가장 강력한 표현방법임은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대의 지성이 아닌 시대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그 어떤 사람들이라도 이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시대가 찾아온 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번 책은 그런 담론을 살짝이나마 볼 수 있는 기회이라고도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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