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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세이

축구, 오랜만이라 더욱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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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hmfutsalpark.com/locate/locate_info.asp?code=HM0004

  오랜만 공을 차게 되었다. 처음 풋살에 조인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에 같이 일을 하던 직장 동료분이 퇴사를 하면서 다 같이 공이나 한 번 찼으면 좋겠다고 말해서다. 사실 필자는 공이랑은 친하지 않다. 구기 종목 전체에 관심이 없다. 축구, 농구, 야구, 볼링 등 굴러 다니는 것들은 다 필자의 뜻대로 되는 적이 없었다. 그래서 쉽게 흥미를 잃곤 했다. 

 

   그에 반해 달리기, 보드 타기 등은 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혼자서 플레이가 가능했고, 결국 그런 영역의 운동을 더 자주 했다. 운동의 성향이 개인주의적인 게 커서인지 여럿이 시간을 맞추고 함께 합을 맞추는 운동이 낯설기는 하다. 거의 학교를 다닐 때 이외에는 한 적이 없는 듯하다. 대학교 때도 공을 찰 기회는 있었지만 한 두 번 하고는 하지 않았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친하게 지내는 학우들이 별로 없었던 탓도 크다. 

 

  그렇게 멀리해오던 풋살, 즉 공차기를 오랫만에 하게 되었다. 조금 걱정도 되었다. 잘 뛸 수 있을까? 머릿속에는 고등학교 때 하던 방어 축구, 혹은 길막 축구 그것도 아니면 달리기 축구만이 남아 있다. 그렇게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 기꺼이 함께 차겠다고 말했다. 물론 축구화를 빌려야 하겠지만...(축구화도 없다. 있어도 찰 일이 없으니 굳이 사지도 않았다.)

 

  약속한 날이 되고, 6시쯤 하나 둘 풋살장으로 향할 때, 필자는 그 풋살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퇴사자를 기다렸다. 퇴사자는 생각보다 늦게 사무실에서 나왔다. 이것저것 정리할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의 차량 뒷좌석에서 필자의 발에 맞는 축구화를 챙기고는 풋살장으로 향했다. 풋살장은 근처 대형 쇼핑몰 옥상에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먼저 준비를 끝마친 회사분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안에 드어가자 마자 인사를 하고 몸을 풀었다. 공을 한 두번 주고받았는데 생각보다 공의 컨트롤이 어렵지는 않았다. 공 역시 많이 튕기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바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맞아도 아프지가 않았다. 풋살 전용 공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여태 풋살 공은 한 번도 만져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했다.

 

   4대 4 인원이 다 모이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 후반 개념은 없고 10분 뛰고 5분여 정도 쉬는 듯했다. 우선 다들 나이가 있고 체력이 있어 쉬엄 쉬엄 몸을 푸는 듯이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몸이 달아올랐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무작정 공을 보고 돌진을 했다. 풋살 경기장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하프 라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내달리니까 숨이 가빠졌다.

 

   마스크가 입을 막아 제대로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코는 괜찮은가 하면 그도 그렇지 않았다. 비염이 있어 공기의 통로를 막아놔 코로 숨쉬기도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결국 더 크게 입으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 정말 이렇다 저산소증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우애곡절 끝에 10분이 지났다. 필자는 10분이 그렇게 길지는 몰랐다. 그대로 경기장에 주저앉고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얼마 쉬지도 않은 것 같은 데, 다음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처음 10분은 필자가 있는 팀이 유리했다. 힘든 것 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닌 탓도 있었지만 상대 팀이 몸이 채 풀리지 않은 것도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점수에서도 필자가 있는 팀이 유리하게 끝을 맺었는데, 잠깐의 휴식 이후의 이어지는 경기에서는 양상이 바뀌었다. 가장 큰 패착의 원인은 필자가 골키퍼를 주로 했다는 점이다. 힘이 들어 밖에 나가서 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주로 수비 위주로 체력 안배를 했는데, 이게 골을 너무 잘 먹었다.

 

 팀 사람들은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몸이 풀자는 취지로 뛰는 경기이기에 점수는 큰 가중치가 없었다. 다만, 골을 넣은 순간의 기쁨만큼은 플레이어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총 3번의 경기를 진행하였고, 필자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 번은 골키퍼가 맞고 나온 공을 주워먹기 하기 위해서 발을 뻗었는데, 그게 짧았던 거다. 순간 무게 중심이 흩으러 지면서 엉덩이가 지면에 쿵 하고 부딪히고야 말았다. 막상 경기를 뛰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니까 허리 쪽까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에와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니까 조금 진정이 되었다. 오랜만에 뛰는 공차기는 힘듦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다시는 안 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도 하게 된다면 축구화 핑계를 되던가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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