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이 이른 편이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이 있던데, 필자에게 있어 미라클 모닝은 아침밥을 먹고, 도시락을 싼 다음 늦지 않게 출근하는 것이다. 오늘도 성공한 미라클 모닝을 즐기며 바쁜 걸음을 옮겨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7시 20분이 되기 전 지하철을 타게 되면 앉아서 가지는 못할지라도 사람에 밀려 끼여서 가지는 않아도 된다.
공간에 여유가 있으면 책을 읽든, 유튜브를 보든 그래도 뭔가 시도는 할 수 있다. 오늘은 독서를 하기로 했다. 30분 책일기로 지금 읽고 있는 책인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를 읽으며 가기로 했다. 벌써 반 정도는 읽었기에 한 2~ 3일이면 다 읽을 듯하다. 다 읽고 나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퇴근 후에는 엎어져 자기 바쁜 무거운 몸뚱이라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회사까지 가는 길은 한 번의 환승을 하게 된다. 환승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며,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때는 5분 정도를 승강장에서 계속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 날씨가 추울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날이 좋거나 걷기 좋은 계절이 오면, 그냥 기다리지 말고 회사까지 걸어가볼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환승역에서 회사까지는 넉넉잡고 20분 정도이다. 환승하러 가는데 걸리는 시간 10분, 기다리는데 5분 등을 합친다면 오히려 걸어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몸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그것도 약 2년 10개월간 한 번도...
미라클 모닝일 때 좋은 점은 회사 앞 승강장에 내려도 다급하게 쫒겨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필자의 걸음은 다른 사람보다 극히 느리다. 오히려 필자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게 오히려 편안해지는 정도랄까? 그래서 간혹 회식을 하거나 여러 사람이 다 같이 걷게 되는 경우에는 일부로 무리의 뒷부분으로 이동한데, 안 그래도 느린 걸음인데 뒤에 사람들까지 따라오면 미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 필자에게 천천히 주위 풍경을 보면서 걸어도 되는 넉넉한 출근의 여유는 하루의 시작을 여유롭게 만들기 충분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길고 긴 지하철 통로를 올라간다. 그런데 갑자기 눈 앞에 하얀 싸리개 눈이 보인다. 처음엔 한 잎, 그다음에는 두 잎이 떨어지더니 어느샌가 주위를 온통 눈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긴 터널을 지나서 만나게 되는 어두운 하늘과 싸리게 눈이라니. 마치 소설 설국의 첫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침 뉴스에 오늘은 부쩍 강추위가 될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눈까지 내릴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찬 바람에 손 등이 거칠어 졌다. 어느새 빨갛게 물든 것을 보면 이미 내 볼도 손등의 색깔과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이럴 때는 따뜻한 커피가 필수다. 아침의 여유로움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곧바로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편의점 점원이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에 천막 파라솔을 치기 위해 기다란 도구로 천막의 고리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필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하던 일 손을 멈추고 따라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다. 추워진 날씨에는 역시 따뜻한 라테가 최고다. 발걸음을 옮겨 온장고에서 칸타타를 꺼내 계산을 한다.
필자에게 미라클 모닝이란, 바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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