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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후감

내가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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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직업은 카피라이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철영어와는 반대로 한글을 주로 다룬다. 그런데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에게 한 가지 이름을 더 붙인다. 대통령의 카피라이터. 그는 지난 18대와 19대의 대선캠프에서 그의 카피를 담당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다보면 그런 정치 카피관련 내용이 좀 있다. 카피 수업을 들을 때, 정치 카피를 사례로 들어주는 경우는 거이 없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 자체가 광고대행사에 속해서 상업적 캠페인의 카피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정치 카피 예시는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카피 작성법에 관한 내용이다. 어찌보면 실용서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정철에 대한 카피 인생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책 머리에 '나중에 카피에 관한 책을 쓰게 되면 전부 내가 쓴 카피로만 채울 거다.'라고 적어 놓았다. 그리고 실제 이 책 속에는 80%이상이 그가 쓴 카피로 가득하다. 물론 개중에는 전파나 인쇄되지 못한 작품들도 여러있다. 저자는 이를 '카피를 잘 쓰고, 못 쓰고가 아니라 카피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한 그 과정을 봐달라'라고 했다. 이제 그의 카피 작성 노하우를 따라가보자.

 

1. 카피는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그는 카피를 쓸 때, 마치 눈에 보이듯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필심이 금방 닳지 않아 오래 쓰는 연필'이라는 카피 대신

 

연필 한 자루로 팔만대장경을 쓰다 

100년 연필

철수 아빠가 썼다. 철수가 쓴다

구두 굽도 놀란 연필

제 키는 12년 동안 12cm입니다

연필깎이는 타입캡슐에 넣어두세요

나무를 더 베지 않아도 되는 연필

동해물이 말라도 백두산이 닳아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야만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다는 거다.

 

 

 

2. 카피를 낯설게 해야 한다.

 

 광고 용어 중에 재핑과 지핑이 있다. 우리가 TV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재빨리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혹인 광고를 봤어도 무슨 광고인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눈에 들어오는 모든 메시지나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머리속에서 카테고리제이션해 버린다고 말한다.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한 번에 생각해 버린다는 거다. 그렇게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카피를 충분히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그가 대한의사협회 카피를 쓴 적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나타내는 카피였다. 그는 투쟁이라고 띠를 두르고 과격하게 보이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반대'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 배타의 단어 앞에 그 뜻을 누그러트리는 단어를 넣었다.

 

좋은 반대

옳은 반대

착한 반대

 

모두가 알고 있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 다른 의미의 뜻을 서로 붙여 놓으니 상당히 낯설면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카피는 이렇게 소비자에게 혹은 독자에게 낯설게 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거다

 

 

 

3 문장이 길면 조각 조각 나눠야 한다.

 

 문장은 가장 기본적으로 주어 서술어로 나뉜다. 거기다 우리는 가끔 주어까지도 생략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문장안에 서술어가 두 개이거나 주어가 두 개이면, 우리는 문장을 이해하기에 무척 어려워진다. 거기다 꼼꼼히 읽는 사설이나 소설도 아닌 카피의 경우. 문장의 이해가 어려워지면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 사람들은 안 읽는 것을 택한다. 이 점이 바로 우리가 문장을 끊어써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정확한 의미를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굳이 카피가 아니라 모든 글에서도 포함된다.

 

 

 

4. 대화를 하듯 작성해야 한다.

 

 문장에는 톤앤 매너가 있다. 소설로 치자면 화자가 있는거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의 관점이 들어간다. 사람은 브로드 캐스팅보다는 내로우 캐스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도움이 필요할 때, '여러분 도와 주세요.'라고 하기 보다 ' 저기 오른쪽에 체크무늬 남방을 입으 신 분 저 좀 도와 주세요.'하는 편이 두 배 이상 도움을 받을 확률이 높다. 이는 카피에서도 똑같다.

 

 여기는 잠실종합운동장 축구장. 이곳에 우리 타깃인 10만 소비자가 모였다. 나는 센터서클 한가운데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몯 나를 주목한다. 잊 나는 10만 관중 환호 속에서 연설ㅇ를 내뿌는다.

 

 이런 느낌의 카피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커녕 주목조차 못 시킨다. 모두 각각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내 목소리는 그들의 귓바퀴에도 전달되지 않는다. 카피는 이렇게 써야 한다.

 

 겨울 아침 조용한 찻집을 찾는다.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자리 잡는다.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가 찻집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내 앞에 마주 앉는다. 그녀는 내가 사랑해야 하는 10만 소비자 중 한 사람이다. 두 사람 앞에 차가 놓인다. 나는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그녀를 설득한다. 내 사랑을 받아달라고 설득한다. 조용한 설득이다. 집요한 설득이다. 진심을 담은 설득이다.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게 한 사람과 대화하듯 써야 한다. 카피는 주장이 아니라 설득이기 때문이다.

 

 

 

5. 말장난을 이용하라.

 

 보통 유머러스한 남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진화론에서도 설명이 가능한 점이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강하고 생존력이 좋다고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유머는 알게 모르게 사람의 눈과 귀를 끌어당기게 된다. 카피 또한 그렇다. 그럼 카피라이터가 할 수 있는 유머란 무엇일까? 바로 말장난이다.

 그렇다고 말장난만 있고 메시지가 없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똑같은 내용이라도 말장난을 하면 더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기억남게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필요하다. 하나는 국어사전이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낱말들이 많다. 그것들이 보일 때면 언제나 긴급하게 호출해야 할 책이 국어사전이다.

 그리고 또다른 준비는 우리말 역순사전이다. 국어사전만으로는 끝말이 똑같이 떨어지거나 하는 말을 쉽게 찾기 힘들다. 그럴 때 우리말 역순 사전을 사용하면 보다 쉽게 끝말을 마추어 카피를 쓸 수 있다.

 

 

 

6. 쉬운 말로 작성하라

 

 학교를 다닐 때 방송대본론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거기서 했던 말 중에 방송에 나오는 언어는 중3 수준에 마춰써야 한다고 했다. 너무 어려운 말로 적으면 이해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피 또한 마찬가지다. 읽는 사람이 머리를 써서 이해하는 카피는 곤란하다. 카피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공감하게 만들고 설득되게 만드는 거다. 결국 내세워야 하는 건 카피라이터의 지식이나 역량이 아니라 광고하는 제품을 더 돋보여야 하는 거다.

 

소득 주도 성장

 

우리가 일상적으로 신문 등에 자주 쓰는 말이다. 하지만 소득, 주도, 성장 모두 한자어다. 한 번에 뜻을 헤아리기에 어렵고 얼핏 개념만 잡히는 글이다.

 

지갑을 채워주는 성장

 

첫 번째 글보다는 낫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 단어를 꾸며주는 말이 소득 주도 보다는 훨씬 소비자들, 혹은 독자들에게 와닿는 언어다.

우리가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소득 주도'라는 말을 안 쓰듯이 카피 또한 그렇게 쉽게 써야 한다.

 

 

 

7. 한 번에 다 말할 수 없다면, 층층이 쌓아서 말하라.

 

 앞서 말했다시피 카피는 짧게 말해야 한다. 하지만 말할 것이 많다면 메시지를 층층이 쌓아가는 방법도 좋다. 바로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이미지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삼겹살과 같다.'  묵직한 힘으로 여러 아이디어들을 엮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엮어진 캠페인 또한 한 가지만을 이야기 해야 한다. 결국 설득이다. 설득커뮤니케이션 중에 '문 안에 발 집어 넣기'가 있다. 조금씩 쉬운 부탁들을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점차 점차 쌓아간다는 거다. 일단 소비자의 눈 앞에, 그리고 귀 앞에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던져두어라.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내가 하고픈 말을 더해라. 결국 설득은 얼마나 더 많은 이미지를 쌓아가느냐의 차이다.

 

 

8. 카피 한 줄에도 설계가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는 광고 카피보다는 기획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러다 카피 수업을 듣게 되고, 방송대본론 수업을 듣게 되었다. 기획에서 글로 파트가 달라진 거다. 하지만 그때 느낀 것은 하나였다. 본질은 하나. 기획이든 글이든 영상이든 결국 설계부터 시작하는 거다. 무엇을 말하고 어떤 것을 근거로 대고, 어떻게 최종적으로 하고픈 말을 전달할 것인가. 이것은 내가 하는 어떤 일을 하든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창의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말이다.

 

 

위 8가지 말고도 다른 많은 방법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은 위의 8가지 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읽고 싶게 만드는 글을 쓰는 거다. 영상도 마찬가지고 디자인도 똑같다. 거기서모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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