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의 여덟단어는 하나의 강의다. 사실 그는 강연을 하다 거기에서 나온 키워들을 묶어서 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가 재시한 여덟개의 키워드가 뻔하지 않다는 거다. 물론 첫 번째 키워드인 자존, 두 번째 키워드인 본질, 여기까지는 조금 재미없어진다. 하지만 그 다음 키워드는 고전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네 번째 키워드는 견이다. 멍멍 짖는 견이 아니라 볼 견(見)이다. 그리고는 바로 현재로 빠졌다가 권위, 소통 마지막 인생으로 그의 여덟가지 키워드가 마무리 된다.
그는 서두에 자기가 선정한 여덟 개의 키워드가 다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더 많을 수 있으니 그럴경우에는 무시하라고. 책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이미 자기의 가장 마지막 키워드 인생에서 할 말을 미리 던진 셈이다. 인생이라는 키워드를 보면 그가 말하는 답은 하나다. 바로 인생에 답은 없다는 것. 그렇기에 누군가의 말에 정답이라 생각하지 말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만 뽑아가라는 거다. 이런 그의 태도는 실제 그의 강연에서도 나타났다.
예전 회사에서는 한 달 내지 두 달에 한번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그때 박웅현이 한 번 온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강연에 와서 주구장창 자기의 이야기를 했다. 해외 여행 이야기, 가족 이야기. 자기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았다는 거다. 그런데 강연 후 참석자들에게 평가를 들었을 때, 대부분 만족스러워했다. 그 전에 강신주가 왔을 때와는 상반되었다. 당시 강신주는 특유의 그의 화법으로 참석자들에게 하나의 가이드를 내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 역시 강요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책보다 강연의 느낌이 조금 덜했다. 그런 점에서 박웅현은 책의 어투와 강연의 어투가 비슷했다.
저자의 추천대로 내게 마음에 드는 키워드만을 몇몇 뽑아내 종이에 옮겨적어봤다. 내 맘을 끌었던 키워드는 총 다섯 가지였다. 총 여덟 단어 중에 다섯 단어가 내 마음에 들었다면 꽤 선전했다고 본다. 적어도 5할 이상의 공감은 얻은 셈이니까. 내가 선정한 단어는 '자존', '본질', '견', '현재', '소통'이다.
1. 자존 - be yourself
자존이라는 단어가 가장 끌렸다. 이 단어는 인생을 살면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단어가 아닌가 한다. 자존이라는 단어 뒤에 '심'이 붙으면 조금 더 불호가 많아지고, '감'이 붙으면 호가 조금 더 많아지는 듯 하다. 자존이라는 파트에서 내가 꼽은 키워드는 be yourself 이다.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삶의 기준점을 대개 타인에게 두고 살아간다. 정작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간다지만 평가는 스스로가 아닌 남에게 맡기는 거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일까.
나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시선에 의해 계속 흔들리는 나무와 같다. 남이 바라보는 내가 아닌 정말 내가 원하는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봐야 한다. '너는 누구니?',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뭐니?', '이걸 원하는게 맞니?" 처음에는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또한 연습이다. 자꾸 하다보면 결국에는 타인보다 나의 의견 귀 기울일 수 있다. 나라는 존재는 무척 소심하기에 타인의 눈과 귀를 의식하는 순간 내 마음이 하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온 시선을 집중해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
2. 본질 - everything chages but nothing changes / Idea first, Media follow
사실 첫 번째 자존 파트보다 본질 파트가 더 눈에 확실히 들어왔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연관된 이야기꺼리가 많아서였다. 나는 과거 광고를 공부했고, 지금은 이커머스에서 콘텐츠 파트를 맡고 있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채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특히 요즘에는 광고나 콘텐츠의 평가를 클릭하나, 머무른 시간까지도 측정이 가능한 시대다. 그렇기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공간에 콘텐츠를 노출하려고 하고, 그에 따른 효율성을 측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의 책에는 이런 글과 반대의 관점을 내놓았다. 바로 idea first, media follow 라는 거다.
싸이가 전 세계인 중에 두 번째로 많이 본 영상을 만든 것이 미디어의 탓인가? 물론 미디어의 공이 크다. 유튜브라는 미디어가 없었다면 그렇게 전파가 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그렇게 유튜브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가 싸이와 같이 많은 뷰를 기록하느냐이다. 그의 대답은 NO 다. 결국 핵심은 아이디어이고, 본질인 콘텐츠이다. 싸이라는 콘텐츠가 좋았기에 굳이 유튜브에 올리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들 혹은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오게 하고 공유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핵심, 즉 본질을 잊어서는 안되고 갈고 닦아야 한다는 거다.
모든 게 변했지만, 모든 게 변하지 않았다. 에르메스의 광고 카피처럼 이는 에르메스라는 명품이 보여주는 브랜드 정신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본질이기도 하다.
3. 견 -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
이번 파트 역시 광고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내가 광고를 배울 때 한창 나왔던 광고가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광고였다. 이 역시 저자가 만든 광고다. 당시 그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공저했다. 그때 그는 자신은 회의를 할 때, 안테나를 세운다고 말했다. '안테나를 세운다.' 이 말과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der 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아름다움은 어디든지 있다. 다만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을 뿐이다. 우리는 그 눈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과를 보더라도 다른 각도, 다른 온도, 다른 상황 다른 시선 등 천 번 이상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그 사과의 아름다움이 조금씩 보인다.
그는 어렸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던 일화를 소개한다. 거기서 첨문대를 30분만에 보고 왔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 후 첨성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갔더니 어릴 때 보던 첨성대가 아니었다고 한다. 안다는 것은 눈을 뜨는 행위다. 우리는 그 차이를 느끼기 위해 계속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4. 현재 - seize the moment, carpe diem
순간을 잡아라, 지금을 즐겨라. 책을 보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개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집에 강아지를 기른다. 그런데 그 강아지는 밥 먹을 때는 오직 밥만 먹고, 잠을 자면 잠만 잔다. 잠을 자면서 밥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밥 먹으면서 공 가지고 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직 그 순간에만 충실하다. 그의 강연에서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다. 자신은 회의를 할 때는 회의만 생각하지 그 다음 스케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한다. 회의를 하면서 다음 스케줄을 생각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는 거다.
5. 소통 - seven words rule
소통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자기 아내가 하는 '오빠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라는 말에서 깨닫는다. 자기가 생각이라 말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배려가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말은 오해를 사고, 회의를 할 때는 시간을 날려먹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간추려서 7단어로 줄여보라고 한다.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 두목이야! 조폭 마누라' 영화 조폭 마누라를 7단어로 줄이면 저렇게 줄일 수 있다. 본질을 정확하게 파고 드는 것과 똑같다고 본다. 비슷한 예로 엘리베이터 피처라는 게 있다. 이는 15초 동안 하고 싶은 마을 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의견을 잘 간추려서 상대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등의 지역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다. 대학교 때는 엘리베이터피처라고 발표대회를 갖기도 했다. 결국 소통은 상대방의 언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핵심만 간추려 이야기 하는게 아닌가 한다.
물론 위 다섯 가지 키워드 말고도, 또는 내가 말한 내용 이외에도 도움이 되는 글귀가 많다.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여덟 단어를 뽑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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