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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세이

2017년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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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가 밝았다. 앞자리가 3자로 바뀐지는 이미 1년이 지났고, 이제 0이라는 허수를 벗어 던지고 1이라는 시작의 숫자를 두었다. 나는 30보다는 31일 진정 시작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숫자를 셀 때도 1부터 시작하지 0부터 세아리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1이라는 숫자를 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30대의 레이스에 뛰어 든게 아닐까 한다. 

 30대가 되면서 가장 먼저 바뀐 것이라 한다면,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전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지향점이 있으면 세부적인 목표 없이 방향성만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30이 되면서 그런 지향점만으로는 나를 더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기존의 방향지향적인 나를 목표설정형 인간으로 바꿔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첫번째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 맞춰 세부 목표들을 설정하였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동기부여를 시키는 일만 남았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국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새해가 되었으니 해돋이를 보러 갔다는 것이다. 


새벽 6시 미리 설정한 알람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산에 오를 채비를 하였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차를 타고 20분여를 달려 공주 연미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를 빼곡하게 세워두고 있었다. 정상까지의 높이는 1km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가파르기가 준비운동도 채 되지 않은 나에게는 벅찼다. 거기다 아직 햇살을 받지 않은 산길은 서리로 인해 약간 얼어있었다. 미끄러져 다칠 위기를 몇번 넘긴 후에야 겨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우리 앞에는 안개와 구름이 가득했다. 해가 뜨기로 한 7시 44분. 하늘은 조금씩 밝아졌는데 붉은색 해는 도통 보일 생각이 없었다. 짙은 구름 사이로 작은 붉은 빛이 보이긴 했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8시 19분 갈라진 구름 틈 사이로 2017년 정유년 새해가 살짝 얼굴을 내비쳤다. 감질난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뭔가 위치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부터가 정유년이라는게 뭔가 마음에 안 들었다. 시작부터 조금 삐그덕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6시에 일어나기 직전 꾸었던 꿈또한 악몽이었다. 어쩔 수 없다. 뭔가 액땜했다 생각해야지, 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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