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근로자의 날이었다.
근로자라는 것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생각보다 쉬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운이 좋게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우리를 근로자라고 생각하는지
근로자의 날에 쉬게 해주었다.
나와 룸메이트 형은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쉬는 날에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할 일 없이 빈둥빈둥 거리지만,
일하러 가는 날에는 꼭 니기적 니기즈 늦잠음 잘고 그런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한 가지이다.
바로 노는 날에는 꼭 밤 10시 정도에 자고, 다음날 일 하러 가는 날에는 일찍 들어와도
이것 저것 하다보면 꼭 새벽 1시내지 2시에 잔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평일에는 늦잠, 쉬는 날에는 일찍기상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도 역시 아침 7시라는 산뜻한 시간에 눈을 뜬 나와 룸메이트 형이었다.
눈을 뜨더라도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누워 딩굴딩굴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형이 오늘 광화문 가지 않을래 하며
물었다.
1초 내지 2초의 정적...
나는 가볍게 '네' 라고 대답했다.
이유도 묻지 않고 의외로 순순히 같이 가겠다고 한 내가 어리둥절했는지,
왜 이유를 묻지 않냐고 하면서 되물으며 광화문에 가자고 한 이유를 곧바로 이야기 해주었다.
'오늘 쉬는날이잖아, 그래서 시청에 있는 합동분향소에 가볼려구'
뭔가 일이 있어 나보고 가자고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런 깊은 뜻이 있는지는 몰랐던터라.
나 역시 기분 좋게 왜 곧바로 대답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형이 물어 보면 뭔가 갈만한데니까 저 한테 물어봤겠죠.'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씻고 옷 입으면서 광화문, 시청으로 나들이 아닌 나들이를 나섰다.
시청역에 도착하자 곧바로 분향소를 가는 길을 표시해 놓아서 생각보다 찾아가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한 9시 정도가 되었는것 같다. 아침시간이고 아무리 근로자의 날이라고 해도
모든 근로자가 다 쉬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는 없었다.
오기 전 꽃을 미리 사야 하나, 하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곳에 가보니 흰국화를 하나씩 나눠주는 것이었다.
받아든 흰 국화를 들고, 분향소에 놓고 잠깐의 묵념을 하고, 노란 리본이 있는 곳에 가서 명복을 빌어주는 글을 쓰고
한 쪽에 세워져 있는 펜스에 매달고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처음에는 한 없이 슬플거라고 생각했으나, 마구 눈물이 나오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나.
아무 음악소리도 없지만, 장엄함 느낌이 가득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분향소에 들렀다가 잠깐 걷고 집에 오려고 했으나,
이왕 나온 것 근처에 있는
청계천이나 경복궁을 잠깐 들려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서울에 올라온지 이제 8개월이 다 되었지만 청계천이나 경복궁은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었던 터라
말로는 뭐 별거 있나라고 했지만, 사실 조금이나마 기대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청계천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오랜 예전부터 청계천은 불법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왔던 걸로 알고있다.
(정확한 것은 모르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하지만 지금은 공원처럼 만들어서 많은 시민들과 관람객들이
들리는 명소로써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냥, 걷기 좋은 공원 그 정도?
룸메이트 형의 말로는 청계천 입구에 있는 분수는 한강 물을 끌어다가 정수해서 올려 보낸다고 한다.
시원스럽게 올라오는 분수가 보기에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한 번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지만 어쩌면 가족들 소풍하기에는 좋은 그런 공간이 아닐까 한다.
청계천은 다 돌아보지 않고 간단하게 입구쪽 부분만 살펴보고 발을 돌려 경복궁으로 향했다.
경복궁으로 걸어가면서 세종대왕 및 이순신의동산을 보려고 몰려든 많은 관광객을 보면서
여기가 어쩌면 한국의 과거와 오늘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때 마침 경복궁 입구에 도착하자
수문교대식이 시작하고 있었다. 한 번 교대를 하면 3시간 정도를 가만히 써있어야 한다고 하니
장난아니게 힘들 것 같았다. 수문 교대식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영국의 버킹엄 궁전의 교대식 처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저런 이벤트와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노력들이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되는 발판이 아닐까?
(수문 교대식)
수문 교대식을 보고 나서 경복궁에 들어가지는 않고, 가볍게 주위를 돌고는
다시 집으로 왔다. 물론 공짜로 들어 갈 수 있는 고궁박물관에서 구경은 덤으로 하고 왔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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