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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이슈

마치 군부대에 온 듯한 느낌의 청와대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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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우연한 기회로 청와대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 서울에 살면서 가장 가보지 않은 곳이 청와대 인근이었던 것같다. 언제나 삼엄한 통제에 가로막혀 그 안은 얼씬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그 철통 경계가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청와대 개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고, 혹은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신청자수가 몰렸다. 특히 주말에 청와대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타이밍과 운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필자의 친구는 당당히 해내고야 말았다. 

 

우리는 토요일 5월 21일 5시 타이밍에 구경을 가게 되었다. 우선 청와대 출입은 미리 사전 신청한 사람과 그 동반인만 가능했다. 출입구는 북촌 한옥마을과 경복궁 동쪽 벽 사잇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나온다. 일명 춘추문이라고 하는 기자들이 머물렀다는 프레스실 앞 문을 통해 출입했다. 처음에는 개방에 따라 출입인원이 정해져 있어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투어 일정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유관람이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들어가는 인원과 나가는 인원만 항시 체크하여, 청와대 속 총 인원을 계속 파악하는 것 같았다. 

 

청와대의 첫 인상은 경외감이었다. 뭔가 가보지 못한 낯선 곳에 발을 디딘다는 것은 두려움과 함께 설레는 일이다. 그 짜릿한 자극 때문에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간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춘추문을 들어가 출입을 체크하면 계단이 하나 나오는데 그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청와대의 정원이 눈앞에 나온다. 여기서는 녹지원과 청와대 본관을 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그리고 그 앞에 넓은 잔디마당이 설치되어 있는데, 필자가 갔을 때는 색생이 예쁜 소형 타프들이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잔디마당 중앙에는 줄타기를 할 수 있도록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타프 안에서 폰을 만지거나 살짝 누워 있는 등, 자신만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이곳은 비상시 헬기가 내리고 뜨는 헬기장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 필자의 일행은 타프에 누워보지도 못한 채 다음 장소로 발을 옮겼다. 길을 가면서 드는 생각은 이곳은 정말 정갈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과 필자 역시 이런 경관을 어디선가 많이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군대 연병장 가는 길에 도로가 딱 정와대의 거리를 걷는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청와대의 멋있음보다는 군부대때의 고생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렇게 과실수를 꾸미고 열심히 청소하는 노동자가 먼저 보이면서부터 청와대의 경관은 더이상 가지 못한 설렘보다는 무료함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TV에서 자주 보던 청와대 건물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어 ' 아, 본관이구나' 하는 느낌의 인상 밖에 받지 못했다. 너무 일찍 그 환상의 마법이 깨진 것 같아 살짝 아쉽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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