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지금까지 난 하루만큼, 한 시간 만큼, 또 일 초 만큼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이가 든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동사'를 붙이는 건 그 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뜻이 아닐까?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내는 지금 이 시간 하나 하나가 사실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에피쿠로스는 이 흘러가는 시간의 에너지가 아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 흘러가는 시간의 가치에 주목했다.
우리가 흔히 "쾌락주의"라고 이야기 하는 것. 에피쿠로스와 스토아학파에 대해서 처음 접하게 되는 건 거의 중학교 때일 것이다. 철학이란 학문을 처음 알게 될 때, 우리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또는 시험에 문제를 내기 쉽게 하기 위해 그 깊이를 재단하게 된다.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학파도 여기에 재단되어 진게 아닐까 싶다. 그들이 말하는 쾌락은 우리가 흔히 아는 육체적 쾌락이 아니다. 정신적 쾌락이며 이 쾌락은 육체적 절제애서 시작된다. 그들은 육체적 쾌락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쾌락은 영원하게 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정신적 쾌락을 추구했다.
그 정신적 쾌락의 방법은 대화이다.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학파는 예로부터 그 정신적 쾌락을 위해 장원이라는 한 공동체를 만들고 거기에서 신분의 귀천 상관 없이 서로 이야기하곤 했다. 설혹 그 사람이 몸을 파는 창녀라도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보는 외부의 시선에는 일반적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외부인들은 에피쿠로스와 그의 학파는 육체적 쾌락을 지향한다며 그들을 손가락질 하고 편가르기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75세의 노인이다. 그리고 그는 노인이지만 아직 초노령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기의 삶을 되돌아 보고 노인답게 살기 위해 그리스로 떠난다.
여기서 노인답게 산다는 것은 "영원한 청춘"을 위해 발버둥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만족을 찾고 묵묵히 견뎌내가며 즐기는 방법. 저자가 생각하는 에피쿠로스적인 삶의 방식이다.
그리스에서 그는 그 곳의 삶 속에 묻어간다. 날씨 좋은 날 해변가에 앉아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석양을 지며 맥주를 마시는 것. 그리고 그걸 즐기는 것. 그가 말하는 철학자의 나이 드는 법이 이게 아닐까?
철학책이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하지만 너무 가벼워 그 깊이를 담지 못해 아쉬웠던 책이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좋았다. 시작은 쉽지만 끝은 아쉬운 완성되지 않은 물음을 던져 주는 책.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노년은 어떨까 내 삶은 어떤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고속도로에서 휴게소를 만난 기분이랄까?
" 그렇게 너무 달리지 않아도 돼. 가끔은 네가 달리는 이 곳의 풍경을 보고 잠시 쉬었다가 가도 틀리지 않아."
이렇게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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