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민음사에서 주최한 페이스북 이벤트에 당첨 된적이 있다. 사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불과 1달 전의 일이었다.
페이스북 이벤트였는데,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굿라이프란 무엇인가'였다.
나는 위의 내용으로 답글을 달았다. 며칠 뒤 당첨되었다고 메시지가 왔다. 당첨 상품은 영화 예매권이었다. '캡틴판타스틱'이라는 영화였다. 외국에서 굉장히 많은 상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배급사의 힘이 약한지 개봉하는 극장이 몇 군데 없었다. 그것도 한참 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들어 생각이 나 부랴부랴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가 상영하는 장소는 종로 근처에 있는 서울 극장이라는 곳이었다. 좀 오래된 건물로 역사가 되어 보이는 극장이었다. 순간 대구에 한일극장이 생각났다. (물론 지금은 CGV에 먹혀서 CGV한일극장점이 되었지만 ) 대형 멀티 플렉스가 아닌 정통이 있는 극장 같았다. 물론 요즘에는 멀티플렉스 처럼 여러 관에서 다른 영화들을 많이 상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영화는 내가 입장이 늦어 처음 몇 분은 놓치고 봤다. 대략적인 내용은 히피족 생활을 선택한 남자가 아이들과 같이 자연인으로 생활하는 과정에서 부인이 병에 걸려 도시의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러다 부인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되고 남편으로부터 한장의 유언장을 남기게 된다. 그런데 그 유언장의 내용이 심히 어의가 없다.
자기는 붓다주의라서 시신을 땅에 묻지 말고 화장을해주며 자기가 화장 될때는 일종의 파티같은 노래를 불러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재는 사람이 많은 장소의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려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남편도 이 유언장을 보고 처음에는 욕을 하면서 어이가 없어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그녀의 장례식장으로 가게 된다. 크게 보면 이게 메인 이야기다. 그런데 더 뎁스하게 들어가보면 더 중요한 내용들이 한 두개 갑툭튀 하게 된다.
바로 아이들 문제이다. 남편 (여기서는 주인공이라고 하자)이 도시 안에서도 자연의 생활을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주장하면서 약간의 지적인 히피 느낌을 살려준다. 이 부분은 정말 영화를 봐야 그 미묘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이 정말 재미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자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근 7살짜리애가 묻는 강간이라든지 그런것들을 다 설명해주고, 책을 읽으면 꼭 자기의 생각을 확실하게 표현하게 하는 교육방식을 택한다. 어쩔 때는 너무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그에 잘 적응한 아이들의 현명함을 보면서는 이야~ 하고 감탄할 때가 많다. 뭔가 답답하면서도 지적 사고를 추구하는 광신도 무리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거부감이 없는 느낌이다.
그렇다. 영화 후반 남편, 그 남 주인공에게 느꼇던 짜증은 이런 광신도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초반 몇 장면은 이해가 되고 특이하면서도 재미있었지만, 중반 이후 철저한 의견의 대립에서는 정말 화가 날 정도의 답답함을 보여줫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 죽은 아내를 위해서 자신의 가치를 접고 사회와 다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도 들었다.
특히 나는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온 가족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고 밥을 먹고 하는 장면, 그리고 그 장면이 아무런 장치 없이 거의 3분간 지속된다. 행복. 행복이란 바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잠시 그 잠깐의 정적을 느껴보기로 했다.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의 여운을 가슴 속에 남기는 잠깐의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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