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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글쓰기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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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주제입니다~
2014.7.2 365일작가연습
주제: 야간열차


"새벽 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심수봉이 부른 '첫차'의 노랫말이 이어폰을 통해서 흘러나온다. 이 곳은 야간 마지막행 하행선 무궁화 열차. 

모두들 기차가 들어오자마자 부리나케 자기 자리에 찾아 앉아 잘 준비를 시작한다. 

커튼은 재대로 닫았는지 확인하는 아저씨부터 자기 자리가 맞는지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하는 아가씨까지 야간 마지막 하행선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잠깐 문이 열리고 자리가 없어서 입석을 선택하신 분들이 열차 칸 사이사이 마다 어쩔줄 모르는 몸뚱이를 벽이나 바닥에 기대어 있다. 이미 입석을 결정하고 나서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지, 바닥에 깔고 앉을 신문지를 한껏 준비해온 아줌마도 있었다. 


나에게 이 열차는 편안함이 아닌 다시 못 올라 올지도 모르는 불안함이다. 처음 올라온 서울, 적응하지 못했던 회사생활, 떨어져가는 생활비. 그럼에도 집에 손을 벌리기 싫어서 언제나 웃으면서 통화했던 전화 목소리 하나까지... 가족들에게 비쳐진 나의 서울 생활은.. 가식 그 자체였다. 

그러다 어제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인턴으로 전전하다 정규직 전환을 3일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기대하고 있을 부모님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서 휴대폰을 붙잡고 10초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신호음 너머로 들리는 기침 몇번과 약간의 허스키한 엄마의 목소리에 차마 화내면서 말을 할 수 없어.. 웃으며 엄마 보고 싶다고 이번 주말에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무궁화 열차에서 고물 에어컨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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