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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글쓰기

내가 죽을 때 누가 함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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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25
내가 죽을 때 누가 함께 있을까?


저녁 7시 퇴근시간이 되면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 일어나 인사를 하고, 퇴근 도장을 찍고 집으로 간다. 

"언니 수고했어요." " 내일 뵈여."

어떤 사람은 집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또 어떤 이는 퇴근 후 만나게 될 연인을 생각하며 히히 되면서 길을 서두른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면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이 텅빈 의자들만 가끔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30분 정도가 흐르면 없는 자리에 불이 꺼지고, 내 자리에만 흐릿한 형광등 불빛이 남는다.  

그럴 때면, 기지개를 펴고는 오늘은 언제쯤 퇴근을 할 수 있을까 가늠해보다가 그런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탕비실로 향한다. 비치되어 있는 커피믹스 두 개를 뜯어서는 진하게 커피를 태우며 오늘 하루를 다시 한 번 불태운다. 이럴 때 TV를 보면 가족 사진이라도 책상에 있어야 하지만, 내 책상은 유난히도 깨끗하다. 가끔 커피잔 밑으로 흘린 자국만이 지저분하게 찐득거리며 책상 구석진 곳에 한 두 군데 남아 있을 뿐이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괜히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조용히 라디오 앱을 실행시켜 DJ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기대어 남은 일을 시작한다. 유난히도 사람이 그리운 밤이다. 그리고, 사람이 그리운 어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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