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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통해서 본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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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소설 읽는 건 좋아했지만 에세이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읽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도 에세이다. 그런데 내가 느낀 바로는 다른 에세이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느낀 점을 서술한 내용이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나 역시 한 오덕하는 부류이다. 초등학교 때 봤던 만화영화 주제가는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형을 통해 또래에 비해서 일찍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그러다보니 실생활에 필요 없는 오덕스러운 잡지식이 꽤 된다. "빨간머리 앤" 역시 어릴 때 내가 봤던 여러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당시 나에게 "빨강머리 앤=재미 없는 만화" 였다. 그래서 보다가 다른 채널로 돌려버렸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앤을 무려 4번 이상을 봤다는 것이다. 그 숫자에 우선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왔다.
30살이 넘은 지금 나는 책을 통해, 저자의 시선을 통해 "빨강머리 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녀(저자가 여성)의 눈으로 본 빨강머리 앤은 빠져 들 수밖에 없는 매력덩어리였다. 그녀가 왜 그리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춘기 감성이 가득한 아니 사춘기가 아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앤에게는 자기 만의 고집이 확실했다. 어릴 때 난 앤의 그 고집이 마냥 싫었는지 몰랐다. 그러나 지금 다시 그 고집을 보면 이유 있는 반항이었고, 그녀 나름대로의 세상에 대한 저항이 아니었는가 싶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앤. 그녀에게선 세상이 무섭고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기죽어 살 수 없었던 앤이었울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녀가 찾은 해법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것과 자신에 개한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아니었을까. 초록지붕 집으로 오는 것 부타 앤은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 있었다. 똑같은 가로수 길도, "희망의 길"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걸 봐서는 그녀는 따분한 일상을 멋진 환상의 세계로 꾸미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자존감이 센 거 역시 길버트가 첫날 자신을 놀렸다고 5년간 말을 안하는 걸 보고 알 수 있다. 그녀는 퀸 학원에 들어갈 때까지 길버트랑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길버트를 신경 쓰고 있었다. 성적에서 말이다.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인물로 길버트를 생각했던 거다.

앤을 내가 너무 좋게만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사실 앤은 너무 감정적이다. 그 말 한마디면 끝난다. 그런 앤을 보며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야만 하는 나를 되돌아 볼 수도 있었다. 내 기억 속 앤은 10살 언저리에 앤이다. 애니에선 20대때 앤도 나온다. 그러나 그 앤은 왠지 내가 기억하는 앤과 다르다. 말이 적어 졌으며, 사고를 잘 치지 않으며 생각이 성숙하다. 그런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앤이랑 맞지 않는다. 나는 나도 모르는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잊고 싶지 않은 장난기 많고 감성적인, 사고꾸러기 앤으로 투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빨강머리 앤"을 책이 아닌 애니로, 더 나아가 원작 소설 앤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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