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에 갔다 왔다. 21년 07월부터 시작한 전시였고, 22년 3월 13일에 끝이 나는 전시다.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그룹 회장인 이건희 씨가 돌아가면서 남긴 미술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전시가 끝나면 컬렉션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진다고 들었다. (무슨 드래곤볼도 아니지만)
전시회 입장 비용은 공짜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시간당 60명의 인원만 받아서인지 그 경쟁률이 생각보다 높다. 그래서 혹자들에게는 이건희 수강신청이라는 말까지 나오곤 했다. 필자 역시 아무 생각이 없다가. 친구가 한번 신청해보라는 꼬드김에 못 이기는 척 도전하였다가. 성공한 케이스다.
아마 전시의 끝물이라서 초기의 굉장한 매진 행렬이 조금 진정되어서 그런지 살짝 여유 있게 예약을 하였다.(그래도 1분여 만에 전부 매진된다) 아쉽게도 주말은 예약을 놓쳐서 휴가를 쓰고 4시 관람을 시작하였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넓디넓은 병풍이었다. 혹시 촬영을 하면 작품이 손상될까 봐 안내하는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후레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촬영은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병풍 사진이지만 마치 옛날 무릉도원의 느낌이 나서 좋았다. 여기에 전시된 모든 그림이 우리나라 작가들의 그림이라고 하여 조금 더 정감이 갔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그림이었다. 마치 고갱의 그림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명을 보니 여인이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제스처가 다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이 그름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표정이었다. 무표장한 느낌이라서 그런지, 뭔가 다들 힘들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것을 바라보고 있는지 도총 알 수가 없었다.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에서 더욱 타지의 이국적 느낌을 느꼈던 것 같다.
또 다른 그림 역시, 고갱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앞서 그림과 다른 특징이 하나 더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 역시 얼굴에서 그 특색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마치 피라미드에 있는 벽화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라미드의 벽화에서는 언제나 정중앙의 앞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눈은 중앙, 얼굴은 옆얼굴로 그렸다고 하는데, 이 그림 속 여인은 꼭 그런 상징적 의미가 없는데도 마치 피라미드의 벽화 속 얼굴을 닮아 있었다.
이 그림도 한국 작가의 사진이라고 했다. 그런데 마치 나에게는 뭉크의 절규가 생각나는 그림이었다. 절규와 같은 형상은 아니었지만 남자 아이의 슬픈 표정이나 전체적으로 빗살 형태의 선으로 이루어진 채색이 무척이나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 아는 작가의 작품이 있어 반가웠다. 바로 천경자 작가의 작품이었다. 예전 우연히 천경자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갔었는데 그때 느꼈던 화풍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았던 것 같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바로 이중섭의 작품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아는 황소라는 작품이 아니라 흰소라는 작품이다. 붓선 하나하나에 힘이 느껴지는 것이 그의 그림 스타일을 보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얼마 전 꼬꼬무에서 봤던 나혜석의 작품도 전시회에 나와 있었다. 작지만,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여러 작품이 있었다. 간혹 갔을 때 작품이 걸려 있지 않은 것도 있었다.
왜 이렇게 전시되어 있는지 물었더니, 다른 전시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 대여해 갔다고 했다. 꼭 디즈니랜드에서 미키 마우스가 다른 나라의 디즈니 랜드로 파견 갔을 때, 공석으로 두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친구랑 이야기해보니 자기가 전시회에 갔을 때는 필자가 갔을 때랑 다른 그림이 대여해 갔던 것 같다.
다시 이렇게 실제 작품들을 한 전시에 모아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모르는 작가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보면서 조금씩 한국 미술사가 좋아지는 경험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작품들이 모두 진품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전시는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또 만들어 지길 희망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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