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을 때, 내 나이는 갓 10대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는 청새치가 뭔지, 책 여기저기에 묘사한 멕시코 만의 경치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노인과 청새치와의 경쟁(?), 싸움(?)은 지루하기 그지 없었고, 상어에게 습경당했을 때는 노인이 멍청해 보이기까지 했다.
당시의 감성으로는 플리처 상을 받았다는 그 문학성을 이해할 턱이 없었다. 결국 '노인과 바다'는 그냥 지루한 고전이라는 인식만 가진 채 책을 덮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한번 '노인과 바다'를 읽게 되었을 때는 10대를 갓 들어간 내가 느끼지 못한 쓸쓸함과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리고 내 나이가 더 들어 40 언저리가 되었을 때는 또 어떤 감동을 받을 지, 지금은 가늠도 하기 못하겠다.
나는 다시금 말하지만 노인과 바다는 청소년 권장도서가 아니라 성인들을 위한 권장도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직 노인이 느끼는 감정의 한 올도 느껴 본 적 없는 어린 아이들이 명작의 재미를 느끼기 전에, 고전은 재미 없다는 인식이 생기기 쉬운게 지금의 책읽기 교육이 아닌가 한다. 억지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것.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경험한 독서 교육은 그렇게 재미 없었다. 다시 떠올리는 나의 독서 습관의 시작은 만화책이다. 과학 만화책 시리즈를 이웃집에서 빌려보기 시작하고, 그러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는 작품을 거쳐 자연스럽게 판타지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파울로 코옐로의 '연금술사'를 읽으면서 파울로 코옐료의 책을 모조리 사기 시작했다.
나의 독서는 순전히 흥미를 따라가는 과정이었다. 독서교육은 그렇게 흥미를 키워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자면 내게 감명 깊은 구절을 공유하고 다시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책은 '더클래식'출판사의 미니북을 기준으로 페이지 체크를 했다.
저런 물고기는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했단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수 없구나. 이럴 땐 인간이 별을 죽일 필요가 없는게 얼마나 다행이야 -80-
이 문장에서 가장 유심히 봐야할 대목은 별을 지칭한 마지막 문장일 것이다. 노인은 처음에는 물고기를 보며 경탄한다. 그 아름다움에 넉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내 그 아읆다움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인간, 즉 자신의 숙명에 대해서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감정이 자연, 그 중에서 별이란느 대상에 향하면선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여기서 나는 인가이 가진 무자비성과 그것이 닿지 않아 별을 사냥하지 못한다는 것에 안도하는 노일을 읽었다. 이번에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가장 좋았던 대목을 꼽으라면 나느 주저없이 이부분을 이야기 할 것이다.
노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늙어 버렷지만, 그 외 두 눈만은 바다색과 꼭 닮아 활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났다. -8-
더클래식 미니북 부분 커버스토리에 적혀 있는 부분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훅 지나갔던 부부인데 두번째로 읽었을 때는 눈에 쏙 들어왔던 장면이다.
스토리는 없고 단순 묘사였지만 저자의 의도가 가장 많이 반영된 부분이 아닐까한다. 바다와 닮았지만 의지로 빛났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에 가깝고 자연을 잘 이해하지만 결국 그 자연을 극복할 인간상을 나타낸게 아닐까 한다. 흡사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가 제시한 '초인'의 느낌까지 든다.
노인은 늘 바다를 '라 마르(La mar)'그것은 사람들이 바다를 정겹게 부를 때 쓰는 스페인어였다. 바다가 거칠게 굴거나 성나게 날뒤어도 그것은 바다도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것이다. 달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듯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려니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31-
이 부분은 노인이 바다를 대하는 태도가 가장 확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노인은 어디까지나 신사였다. 신사는 여성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게 바다는 엄연히 여성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종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이다. 가끔 바다가 앙칼지게 굴어도 그건 달이 바다에게 영향을 준 것이지 바다의 진심을 아니라는 점이다.
노인은 그 모습을 보며 어느 누구도 바다에서는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 65-
두 번째로 읽는 노인과 바다에서 나는 노인이 겪게 되는 외로움에 많이 주목했다. 계속 자신과 함께했던 소년을 찾는 대목에서나 젊은 날을 회상하는 대목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내려 앉은 새를 두고 날아가지 말았으면 하는 독백에서... 그런 점에서 그는 바다를 보고 외롭지 않다는 걸 깨닫는 것은 계속 자기가 외롭지 않다는 증거를 과정이라 생각된다. 정말 외로우니 주위에서 친구를 찾는 느낌, 이는 결국 궁하면 움직인다는 것과 통하는게 아닐까?
그래도 잠을 자야 한다. 별도, 달도, 해까지도 잠을 자지 않는가. 심지어 바다마저도 조류가 없는 조용한 날이면 이따금 잠을 자는 걸 보았는데, 그러니 잠자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인은 생각했다. -83-
노인은 해, 별, 달 그리고 바다까지도 자기와 같은 선상에 놔두었다. 그들은 인간과 같이 잠을 잔다며 끌어 내린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에 대한 두려움도 잠시나마 내려 놓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한다.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 진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 -112-
이 대목은 앞에 말했던 노인의 의지를 담은 눈동자 문구와 비슷하다. 패배를 생각지 않는 승부사적 되내임이다. 물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인은 그것을 패배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파기 된다고 했을 뿐. 즉 자기의 의지는 자연에게 타협하거나 질 생각이 없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말해준다.
실재로 모든 동물들은 대부분 다른 동물들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어. 고기잡이는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일이면서 나를 죽이기도 하지. 아니, 나를 살게 해주는 건 그 아이야. 나 자신을 너무 속여서는 안돼 -115-
노인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상황은 상어들이 조금씩 몰려들고 노인이 상어들을 물리치는 장면이다. 이 순간부터 그는 어부가 아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의 것이 확실해지는 지점. 그렇기에 그는 더욱 더 싸워나갈 힘을 찾게 된다.
지금까지 본 대목들에서 노인의 심정과 각오. 그리고 그가 바다를 대하는 모습 등이 잘 서술되었다고 본다. 어찌보면 그는 자연을 종중하면서도 자연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는 인간으로 나왔다. 그런 그에게 아니, 그가 싸우는 상대인 자연 앞에서 나이는 상관이 없다. 오직 인관과 자연의 대결이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늙은 인간의 고독도 잘 보여 준다. 만약 마지막으로 노인이 고기를 지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명예와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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